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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식 김포대학교 CIT융합학부 교수
무궁화의 학명(學名)인 히비스커스(Hibiscus)는 이집트어 'hibis(신)'와 그리스어 'isco(같다)'의 합성어로 '신을 닮은 꽃'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神)은 이집트 여신인 하토르(Hathor)를 의미하며, 하토르는 기쁨과 사랑, 미(美)의 여신으로 축제의 여주인공, 춤의 여왕, 음악의 여신 등을 상징한다.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여신을 닮은 꽃, 미의 여신에게 바쳐진 꽃, 그야말로 꽃 중의 꽃인 히비스커스가 바로 무궁화(無窮花)인 것이다.

히비스커스는 여신을 닮은 꽃답게 화려하고 고고한 자태가 일품이며, 아름다움을 주는 꽃으로도 유명하다.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 귀하게 마시던 차가 바로 히비스커스 차이며, 특히 절세미인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이 차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히비스커스 즉, 무궁화 꽃잎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인 레드와인과 유사한 항산화 물질이 다수 함유 돼 있다. 그동안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안토시아닌(anthocyanin), 비타민(vitamin), 미네랄(mineral), 아미노산(amino acid), 식물성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 무궁화 꽃잎에 담긴 성분들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활력을 높여 주며,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질병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가 하면 무궁화와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상관관계는 이집트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안여순화(顔如舜華)'라는 말이 있다. 중국 시경(詩經) 정풍편(鄭風篇)에 나오는 구절로 여기서 말하는 순화(舜華)가 바로 무궁화를 가리킨다. '얼굴이 무궁화 꽃처럼 아름답다.' 즉, 매우 아름다운 여인을 무궁화에 비유해서 쓴 말이다. '안여순영(顔如舜英)'도 같은 의미로 순영(舜英) 역시 무궁화 꽃을 가리킨다. 흔히 고운 목소리를 말할 때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가리켜 '무궁화 같은 얼굴'이라 하면 모두 미인으로 통했다.

이처럼 나라꽃 무궁화는 여왕이 떠받들고 시인이 반한 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도 나라꽃 무궁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아름다운 나라꽃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잘 말린 무궁화 꽃잎을 따뜻한 물에 우려내어 그 아름다움을 몸 안에 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광식 김포대학교 CIT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