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예술'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
하지만 작금의 행태는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삼거나
구태의연한 관행 따라 운영하는
행위에만 급급했던 수준이다

기사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참혹했다. 지자체 예술단 노동자들이 무대 위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강압적인 분위기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예술단 활동을 하는데 차별받기 일쑤였고 보통 직장인이 일상처럼 사용하는 휴가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연말마다 반복적인 오디션 평가를 통해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어 예술단원을 옭아맸다. 이 같은 관행들은 시민들에게 질 좋은 공연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예술단의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에는 경기도청 산하 '경기문화의 전당'을 비롯해 20여 개 지자체에서 '예술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예술단은 합창단, 교향악단, 무용단, 극단, 국악단, 뮤지컬단 등으로 구성되는데, 지자체별로 규모, 예산 등에 차이가 상당해 고용형태(상임/비상임), 임금수준, 근로조건도 균등하지 않으며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예술단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예술단의 가장 큰 문제가 예술단원들이 창발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정기평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형태(주 15시간 미만 근로 시 근로자 지위를 보장받지 못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예술단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이러한 경기도 내 지자체 예술단의 문제점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정기평정을 통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평가 당일 대상자의 컨디션에 따라, 평가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평소 지휘자나 관리자와의 관계에 따라 평가점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평정에 의한 해고제도는 중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당장은 세종문화회관, 경기문화의 전당 등의 사례처럼 '3진 아웃제', '4진 아웃제' 등을 통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둘째, 예술단원들의 신분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마다 별도의 조례를 통해 설치되는 예술단은 지자체장이나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폐지될 수 있다. 예술단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배제되어 있는 상황으로 이들에게 '지자체 공무직'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셋째, 예술단원들의 질 높은 공연을 위해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보장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예술단의 설치목적은 시민들이 질 높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만큼 예술단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공연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환경이 나아지면서 시민들의 질 높은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지속적으로 예술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이제 필수행정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일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예술'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행태는 예술단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수단화하는 정도에 그치거나 구태의연하게 관행을 따라 운영하는 행위에만 급급했던 수준이다. 내가 사는 울타리에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일도 이제는 '복지'다. 이를 인정한다면, 예술단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었을 때, 도민들의 질 높은 문화생활도 가능함을 잊지 말자.
/김진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조직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