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한 훈장
지난 19일 인하대병원에서 만난 임종한 교수는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해야 하고, 저 역시 그런 사회에 대한 소신으로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은 지난 1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환경의 날 유공 훈장을 받은 모습. /임종한 교수 제공

빈촌 환자 돌보다 고엽제 피해 밝혀
이후 환경보건학 공부·연구에 몰두
"화학물질 다양한 정보 시민에 전달"


"젊었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 의사로서 가졌던 생각은 '병들어 치료받는 데 무슨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아픈 사람들을 억울하게 방치하면 안 됩니다."

임종한(57) 인하대병원 교수(직업의학과)의 이력은 보통의 의사들과 다르다.

명문고에 다니며 물리학자를 꿈꾸던 고교 시절,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 개발의 길을 연 엔리코 페르미가 말년(末年)에 자책하며 쓴 글을 읽고 방향 전환을 한다.

"사람들에게 뭔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치료 중심보다 예방 우선의 '주치의 제도'에 관심이 컸던 그는 예방의학의 뿌리인 가정의학과를 전공했다.

대학 병원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인천 부평구의 빈촌(貧村)에서 환자를 돌봤다.

이곳에서 "증상 자체가 한 번도 국내 텍스트북에 나온 적이 없는" 환자가 고엽제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환경보건학 공부를 시작했고, 전국의 의과대학에 직업환경의학과가 신설되던 시절 인하대는 그를 교수로 스카우트했다.

환경부는 최근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임 교수에게 정부 유공 훈장을 수여했다. 가습기 살균제 연구 책임자로 피해 규명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했다.

고엽제 사태 이후 집단 발병 관련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 공격수'로 나서던 것을 주저하지 않던 그가 훈장을 받았다.

그동안 여러 환경 피해 사건에서 임 교수가 벌인 연구 결과의 정확성을 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교수는 "전문가 한 마디에 기업이 한순간에 곤두박질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으면 발언하지 않았다"며 "제가 아는 주장을 통해 엉뚱한 피해자가 나오는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최근 관심사는 지름이 미세한 마이크로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이다. 플라스틱 사용·노출량이 많고 장기화할수록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화학 물질 피해가 우리 사회에 많이 누적돼 있고, 임계점에 이르렀다"며 "의사로서 시민에게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 조언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맡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