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문화비평가
김성배 문화비평가
누군가에게 '웰빙(well-being)'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잘 사는 거 아냐?'라는 말로 되돌아왔다. 이야기를 이어가며 뭔가를 배우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물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동어반복이지만 말인즉 맞지 않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잘 산다는 건 무엇이고 그 조건은 무엇인가?'로 바꾼다면 보다 많은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잘 살기 위해 건강 내지 음식만으로 충분한지. 그리고 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이를 충족하기만 하면 잘 살게 될까. 개인을 넘어 나의 이웃과 사회 나아가 세계가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에만 진정으로 웰빙은 의미를 갖지 않을까.

국내에서 '웰빙'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0년 이후가 아닐까 싶다. 건강을 중시하며 심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지칭할 새로운 용어가 필요했을 듯하다. 한편에서는 이에 편승하여 건강상품 등을 판촉하는 상업용어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이든 웰빙의 다양한 지층과 함의를 탐구하기엔 너무 제한적이다. 보다 생산적으로 웰빙을 성찰하고 이를 사회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는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송도에서 열리는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1년부터 회원국의 웰빙 동향을 파악한 'How's life?'를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better policies for better lives)'의 권장을 목표로 작성되고 있다. 사람들이 웰빙에 대해 잘 이해하는 일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을 개발하는데 중요하다. 웰빙은 단순히 건강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OECD는 웰빙 측정을 위해 소득과 자산, 일자리와 근로소득, 주택 등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건강 상태, 일과 삶의 균형, 교육과 기술, 사회적 관계,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환경의 질, 개인적 안전, 주관적 웰빙으로 구성된 '삶의 질'로 나눠 총 11가지 영역 24개 지표를 국가별로 조사, 분석, 비교하고 있다.

이렇게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표(Better Life Index)'는 소득을 포함해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구체적인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이로써 GDP 중심의 발전 패러다임에 견제를 걸고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7 OECD BLI(Better Life Index) 순위는 38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11개 영역 중 주거(6위), 교육(10위), 시민참여(10위) 등은 상위권에 분포되었으나 공동체(38위), 환경(36위), 일과 삶의 균형(35위), 삶의 만족(30위) 등에서는 낮은 순위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를 가동하며 GDP 증대를 최고의 선으로 여겨왔다. 그 결과로 한국은 원조받던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전환하는 등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그만큼 우리의 삶이 정말 행복해지고 있는지 또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웰빙)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증가와 웰빙의 상관관계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같이 어느 정도 소득이 증가하고 나면 그로 인한 직접적인 행복은 체감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소득과 함께 소비형태를 살펴봐야 하고 건상상태, 직업환경, 인간관계, 사회참여 등과 균형을 동시에 따져봐야 한다.

이와 같이 웰빙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나아가 이를 사회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계층 간 격차를 좁히고 불평등 요소를 줄여 전체 구성원의 행복을 증가시켜야 한다. 또 우리 사회에 물질만능주의적 요소는 없는지, 공동체 의식을 결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소비문화를 성찰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의 웰빙을 확보하고 동시에 우리의 후손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김성배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