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소환제 통한 '견제'·'감시' 필수
시민 참여로 지자체 책임성 확보될 때
창의·혁신적인 다양한 정책 수립 가능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에서는 유럽 최대 음악축제 '러브 퍼레이드'에 몰려든 인파로 인해 21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주민들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당국과 시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민소환을 청구하였고, 투표 결과 35%의 주민이 소환에 찬성하면서 임기가 4년 이상 남은 아돌프 자우어란트 시장은 그 직을 잃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우리나라에도 주민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을 투표로 직접 결정하는 '주민투표' 제도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을 임기종료 전 해직할 수 있는 '주민소환' 제도가 각각 2004년, 2007년부터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활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주민투표는 불과 8건이 실시되었고, 주민소환의 경우에는 8건의 소환투표에서 2명의 시의원을 소환한 것이 전부이다. 이처럼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높은 제도적 장벽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제도 도입 당시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남발될 것을 우려하여 설정한 제도적 장치들이 지금은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를 설정하고,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통해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해 안에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 도래할 자치분권 시대에서도 주민 직접 참정제도가 지금처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서는 곤란하다. 지방에 이양된 권한이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하거나 중앙정부의 감시·감독 축소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을 통한 주민의 적극적인 견제·감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폭넓은 행·재정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선심성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주민들은 주민투표로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정활동을 게을리한 채 외유성 연수를 떠나는 지방의원은 주민들이 소환으로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주민의 참여와 감시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지방에 이양된 권한이 온전히 주민 복리를 위해 쓰이고, 지역은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다양한 정책을 꽃피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라고 했다. 주민투표, 주민소환과 같은 참여제도의 개선이 주민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서승우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