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악이라는 1994년보다 더 덥고 폭염 기간도 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폭염은 시민들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지하상가나 커피 전문점, 서점, 영화관 등 '피난처'로 인파가 몰리고 해수욕장에는 상대적으로 피서객이 줄고 있다는 보도다.
폭염으로 가장 힘든 사람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현장근로자, 농수산업 종사자, 어르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천시와 군·구에서는 폭염 취약자를 위하여 살수차 운영과 무더위쉼터(686개소) 지정, 횡단보도 그늘막(273개소) 설치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폭염 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 10개 관련 부서와 협업을 강화하여 공동대응체계를 갖추었고 피해상황점검 등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응급의료기관 21개소도 지정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촘촘히 갖추고 있다. 쪽방촌, 공사현장 등 취약시설 예찰·관리를 강화하고, 전광판 예·경보시스템을 활용한 폭염 행동요령 홍보 강화, 횡단보도 그늘막, 쿨링포그 추가 설치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번 폭염과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추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반가운 일이다. 신속한 법 개정을 통하여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민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성한 의무로 법 개정을 통하여 국가 차원의 체계적 폭염관리와 장기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끊임없는 경고다. 독일 포츠담 기후충격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르프 교수는 "지금 우리는 일종의 기후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상학자 에릭 홀트하우스는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무서운 상황"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자연재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큰 피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각종 재해를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측결과에 따른 적극적 대응에 미흡했던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위험도와 발생도가 낮은 사건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폭염이라는 이상기후에 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지역별 취약계층 폭염 지수, 도시별 폭염 적응력 지수 등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효율적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바탕으로 시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인천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시민이 우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민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맞춤형 폭염대응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과거의 낡은 시스템과 가치관으로는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갈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폭염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현재의 폭염은 분명 위기상황이지만, 시민과 함께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 나아간다면 인천은 자연재해를 넘어서는 안전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은 과거의 낡은 시스템과 가치관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새로운 사고와 패러다임으로 재난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야 할 때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천특별시대가 열리고 있다.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로부터 보다 안전한 인천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쉼 없는 전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길자 인천시 재난안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