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광성고 교사
이동구 인천 광성고 교사
2013년 9월 인천 중구에 한국근대문학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국문학을 전공한 인천 사람으로서 매우 뿌듯했다. 전국 최초의 공공종합문학관이 들어섰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그것이 우리 근대사에 매우 의미 있는 곳인 개항장에서 문을 연 까닭이다.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면서 학생들을 데리고 문학관을 다녀오는 것은 날을 잡아 행사를 치르듯 가야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가까이 손쉽게 갈 수 있는 일상의 일이 되었다. 교실에서 배운 문학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의 학예사를 통해 다시 설명을 듣는 것은 학생들에게 우리 문학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더욱 폭넓게 하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인천에 대한 자부심까지 함께 키우는 특별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 인천 시민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천은 단일 도시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인구도 300만이 넘는 광역시이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에 근접해 있다는 이유로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인천에는 무언가 내세울 만한 것이 많지 않다는, 일종의 문화적 갈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인천 중구의 한국근대문학관이 더욱 좋은 문학관으로 자리매김하여 전국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런데 좋은 문학관이란 대체 무엇일까. 학생은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려고 할 때 가장 학생답고 예뻐 보이는 것처럼 문학관은 말 그대로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여 이를 시민들에게 알차게 소개할 수 있을 때 가장 문학관답고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여 화려한 시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문학관이 문학관다울 수 있는 본질적 요건은 결국 그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수와 콘텐츠의 질에 달려 있다. 좋은 문학관은 이처럼 국내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보증하며 빛을 낼 수 있다. 기획 전시와 상설 전시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이를 통해 근대 문학사의 흐름을 짚어내어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안목을 제공하는 것도 모두 그 시작은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수에 기인하며 그 질에 비례하는 것이다.

개관 5주년을 앞둔 현재의 한국근대문학관은 정기적인 기획 전시와 낭독콘서트 운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요문화프로그램,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 프로그램 사업, 그리고 상설 전시실의 보완과 시설 확충 등으로 매년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런데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문학관으로서 자료의 수집에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점이다. 시, 소설, 수필 등 주요 근대 문학 작품들의 초판본들을 비롯하여 희귀본들에 대한 장서 확보는 문학관의 위상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 근대 문학을 알리는 문학관으로서의 본질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관련 자료의 확보에 관심을 갖고 공을 들였으면 좋겠고 이와 관련된 전시가 더욱 다채롭게 기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마침 시장님도 새로 취임한 마당에 인천시가 문학관의 가치를 재인식해서 획기적인 지원책을 폈으면 한다. 이만한 문학관은 전국 어디에도 없는데 조금 더 힘을 보태서 시민들에게 자부심이 되는 문학관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 일로부터 새로운 문화도시 인천을 만드는 일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동구 인천 광성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