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_발언대
김상훈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란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수학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청소년 시기 철없이 친구들과 방황하다가 어느덧 철이 들어 마음먹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과목도 수학이다. 그것은 아마도 수학이란 과목이 기초 없이는 공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 그 이상의 모든 것이 분야별 기초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기초를 응용해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했다. 여기에 소방을 비롯한 안전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수학공부를 예로 보면 수학의 기초를 잘 알고 있다 해서 그 학생이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정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응용문제를 풀 수 있는 폭넓은 사고력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구조로 인해 예측하기 어렵고 다양한 재난이 일어난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재난현장에서도 기초만 알고 있어서는 예측 불가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가 어렵다. 가령 여러분이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대피요령만으로 지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한 예로 올해 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불은 금방 꺼져 재산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연기질식에 의한 인명피해만 30여명이 발생했다. 그중 20층에서 연기질식에 의한 사상자가 2명이나 발견됐다. 옥상으로 대피하려다 피해를 당한 것이다. 계단에 연기가 이미 차있다면 집안에서 문틈을 수건으로 막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기본지식을 먼저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예상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생각해서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에 거주하는 건물의 구조 및 특성을 익히고 주변에 사용할 수 있는 소방시설의 사용법을 활용해 재난 발생 시 수학보다 더 다양한 풀이법과 해답을 가지고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길 바란다.

/김상훈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