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사계절 중 봄, 겨울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건조한 날씨와 전기온풍기, 등유난로 등 화기 취급이 늘기 때문이다.

화재 시 대피의 중요성, 소화기 사용법 등 안전교육을 받아도,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하여 평소 잘 알고 있는 행동요령을 실천하지 못해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오산의 한 주택에서 유류(등유)화재가 발생하여 순식간에 건물 3동이 전소됐다. 집주인 A씨가 난로에 등유를 부었는데 잘못 부어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재빨리 화장실에 가서 작은 바가지에 물을 받아 부었더니 작았던 화재는 더욱 확대되었고, 당황해 이번에는 더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부었더니 순식간에 방안 전체로 화재가 확대됐다. 다행히 탈출할 수 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A씨는 유류 화재에 물을 부으면 화재가 오히려 확대되는 걸 알면서도 당황하다 보니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후회했다.

화재 피난대책에 '풀 프루프(Fool proof)' 방식이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틀리지 않게 대피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화재현장 등 긴박한 현장에서는 아무리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에는 어리석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눈앞에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침착하지 못하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더 큰 화재를 야기할 수 있다.

3초! 멈춰서 3초만 생각한다면 침착한 행동이 나올 것이고 큰 사고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119신고 역시 당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분들이 119신고전화를 할 때 당황하여 주소를 말하지 못하고 주변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출동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하는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침착하게 119에 신고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신속한 출동과 본인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