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안내·방역 업무·폭증 민원 응대 지연
대처시설까지 부족… 중앙 정부 대응 한계
연구인프라 활용 등 '공공의료 지역화' 급해

전국 모든 지자체장들이 온 행정력을 총동원해 지역감염 확산 차단에 사력을 다해, 매일이 그야말로 전쟁 중이다. 관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되기라도 하면, 현황과 동선 정보를 문자·홈페이지·SNS 채널 등으로 시시각각 시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에 따라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민원들도 지방정부가 전부 받아내야 한다. 재난 상황 통제를 위한 지방정부의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꺼이 민원들을 받아낼 인력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성남의 민원 발생량은 고양·서울 은평·용인의 뒤를 이은 전국 4위다. 하지만 인구 100만이 넘어 대도시 특례를 적용받는 고양과 용인에 비해 성남의 행정규모는 30년 전 기준으로 인구 50만에 맞춰져 있다.
성남의 정주인구가 94만명으로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대도시 특례 적용 기준인 주민등록 인구수 100만에 고작 6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남은 평소에도 정주인구를 뛰어넘는 어마무시한 행정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판교만 놓고 봐도 그러하다. 제1테크노밸리에는 입주한 기업체만도 1천300여개로 6만3천여명의 근로자 중 약 70%가 성남 외부에서 유입된다. 그래서 성남의 하루 최대 이동인구 수는 250만을 넘는다. 여권 발급 수를 따져보면 100만 특례를 적용받는 용인이 2018년 5만4천여건인 데 비해 성남은 11만6천건 정도다. 쉽게 말해 몸은 성인인데 아동복을 입고 있는 격이다.
이러니 그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현재와 같은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즉각적인 재난 상황 안내·방역 대응·폭증하는 민원문의에 대한 응대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극심한 피로도에 지치고,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답답해 가슴을 치는 상황이다.
지역의 특성과 행정수요를 반영한 특례시 지정기준 마련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의 특성과 규모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감염병 확산 대처시설과 연구개발 인프라의 부족이다. 자고 일어나면 몇백명씩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수는 이제 중앙정부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섬을 의미한다. 감염병 확산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의 지역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첨단 의료장비, 우수한 의료진을 갖춘 성남시의료원이 3월 중순 개원까지 연기하며 관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전격 투입할 수 있었던 건 그 공공성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의료·제약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중심의 제약·바이오 R&D센터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차바이오컴플렉스, 지멘스, 한국GE초음파 등 바이오기업 약 700개가 성남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성남은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의 한 축으로 바이오헬스벨트를 구축하여 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려 하나, 성남의 보유역량과 재정규모에 비해 가지고 있는 권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선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앙과 지방의 파트너십, 지방 자치 영역의 확대가 절실하다.
지금과 같은 국가 재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 서비스제공과 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트 구성이 가능한 성남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지방의 권한 확대…. 이제부터 3천명 공무원과 시민들이 손수 만들어 나가야 할 성남의 미래다.
/은수미 성남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