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새해부터 '법정문화도시' 선정 쾌거
5대 핵심가치 기반 다양한 문화사업 준비
풍물대축제 같은 전통 시대정신 담아내야
시민참여 '문화의 힘' 문화특별시 원천될것


신은호_의장_프로필_촬영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한평생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고 우리 인천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은 백범 김구 선생의 철학이 담긴 백범일지에 수록된 '나의 소원' 일부다. 이 글이 쓰인 시기가 해방 직후인 1947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나라의 침략과 약탈에 시달려왔기에 국력강화를 말할 법도 한데, 선생은 다른 나라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는 대신에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그래서 선생의 글은 더욱 값지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선생의 글을 볼 때면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기억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부평을 넘어 지금은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부평풍물대축제'다.

당시 나는 부평구 초선의원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았다.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켜켜이 쌓인 하루의 무게를 견뎌온 나에게 공연을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는 일은 어울리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풍물대축제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한마음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신명 난다'를 외치는 나 자신을 보며 그 순간 깨달았다. 누구나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힘, 그래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 나는 그것이 김구 선생이 열망한 '높은 문화의 힘'이라 생각한다.

부평은 시민들과 함께 풍물대축제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 지역만의 문화 정체성을 구축해왔고 그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마침내 2021년 새해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법정문화도시'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매년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발전을 촉진하고자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지자체를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하고, 1년간 예비사업 실적을 평가해서 최종 법정문화도시로 지정하게 된다.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간 최대 100억원 가량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지역 특성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전국 지자체에서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부평은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을 주제로 공모신청을 했고 지역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뮤직 게더링, 디지털 뮤직 랩을 통한 음악도시 브랜드 형성, 시민이 참여한 시민기획단 부평뮤즈 등이 이번 선정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랜 기간 많은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결실이라 더욱 의미 있는 선정이 아닐 수 없다. 부평은 문화도시 선정에 후속 절차로 시민성·내발성·장소성·창조성·연대성 등 5개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도시 선정은 '문화도시 부평'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시민과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 해법이 부평풍물대축제와 같은 우리 전통문화 공연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전통문화 공연은 무대가 따로 있거나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당에서 함께 공연하며 공연자와 구경꾼이 점차 하나가 된다. 문화 주체와 객체가 구분되지 않고 시민참여를 통해 형성된 문화의 힘은 문화도시 부평을 넘어 인천을 문화특별시로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이자, 문화가 가진 힘이다.

부평에는 캠프 마켓을 비롯해 과거와 현재를 잇고 나아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역사자원이 풍부하다. 시민들과 하나가 돼 소중한 역사자원을 십분 활용하길 바라본다. 인천광역시의회도 부평을 비롯해 인천 전역이 문화의 힘을 가진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 지원사업과 다양한 정책 연구 등으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2021년 새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부평문화도시 선정이 새해를 여는 긍정의 신호탄이 돼 부평을 넘어 인천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