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추홀구청을 한 번 둘러보면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 '변화하는 행정수요 충족'과 같은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돼 있다.
문제는 돈이다. 신청사를 건립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대략 1천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청사 건립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구 예산 역시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신청사 건립을 지원하는 광역단체나 중앙정부가 건물을 직접 사용하는 미추홀구처럼 공감대를 갖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추홀구는 지난 30개월 동안 인천시와 중앙정부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신청사를 지을 방법을 고심했다. 결국, 전국 최초로 국공유지에 민간자본을 들여 주택과 상업시설을 짓고, 그 수익으로 구청사와 구의회, 청소년문화회관, 주민복합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52년전 경인교대 낡은 건물 사용하는 구청
이제는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새로 지을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 과정에서 공공성과 개발이익환수 부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미추홀구의 생각이다. 과거 어느 지방정부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었지만, 선정과정은 치열했다. 관련 업계의 문의가 이어졌고, 탄탄한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도 많았다. 이는 공공성을 보장하면서도 타당성과 경제성이 높았음을 뜻한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보니,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추홀구는 신중하고 면밀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청사 건립 때마다 갈등과 논란의 중심이었던 재정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 청사가 있는 숭의동 일대는 오랜 역사 속에 변화 없이 노쇠한 골목이 이어져 있다. 인천시에서 212곳의 도시정비사업 구역을 지정하던 10여년 전에도 이곳은 '개발 광풍'을 비껴갔다. 그러나 여의지구 재개발사업으로 숭의동 일대에는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있다. 이에 맞춰 사업 구역 인근에 있는 구청이 신청사 건립을 통해 앵커 역할을 하게 된다면 구도심 재생이란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것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신청사 부지에는 구청은 물론 상업시설과 주택, 교육과 문화·예술·마을공동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나 복합문화시설은 이곳 구도심에는 없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한 시설이다.
구청은 복합적인 민원에 대응하고, 민관정책을 공유하는 장소다. 또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거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주민생활 최일선에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자기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역할은 많아지고 있는데, 30~40년 전 행정 수요와 규모를 소화하던 낡은 청사는 한계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전국 첫 국공유지 민자유치 개발이익 환수
공공성 보장 타당·경제성↑… 지켜봐 주길
인천시와 중앙정부는 미추홀구의 이번 시도를 주목했으면 한다. 신청사 건립을 통해 부족한 시설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펼칠 기회를 기초 지방정부가 어떻게든 뚫어내려는 노력을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과도한 상업시설이나 교통난을 이유로 신청사 건립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에도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미추홀구는 계속 이렇게 낙후된 상태로 살아야 하는가? 지금 나오는 우려들은 과정에서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추홀구는 신청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낡은 동네를 새롭게 변화시킬 기회가 왔다. 의제 출발점은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