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시 아파트 1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13층, 15층 주민이 옥상으로 대피하던 중 기계실문을 옥상문으로 착각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시 발생하는 시커먼 연기는 층고 15층일 경우, 1층에서 옥상층까지 보통 9~15초면 도달하고 이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 10층에서 피난한다 해도 최소 10초 이상 소요되는 것을 볼 때, 농연의 확산속도가 피난속도보다 빨라 대피가 어려워진다.
화재 특성상 다수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심야 화재 시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에 옥상출입문을 상시 개방하도록 유도하지만 관리상의 여러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소방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되지만 남의 일로만 생각하여 매우 안타깝다. 다행히 경기도의회에서 공동주택의 옥상피난설비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신속한 피난이 가능하도록 옥상 피난설비의 설치를 권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야광으로 만들어진 피난 안내선을 벽이나 바닥에 부착해 피난을 돕고 야광 안내표지판을 옥상출입로에 부착, 탈출을 가능하게 표시한 것이다.
연천소방서에서도 120여개동 공동주택의 옥상출입문 관리 현황을 파악해 입주대표자와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옥상피난설비 설치를 독려하고 있으며 지자체와 설치 지원여부를 협의 중에 있다. 건축연도에 따라 화재 시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는 옥상출입문도 있고 열쇠로 잠겨있거나 번호키로 된 출입문도 있어 위험성이 늘 상존한다.
화재사고가 많은 겨울철 한 번쯤 옥상출입문의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해졌다. 화재로부터 내 가족과 이웃들의 생명을 살리는 방법이니 말이다.
/이선영 연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