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적으로 글을 쓴 지 오래되었다. 출판된 책은 없지만 이름과 얼굴을 내놓고 신문과 같은 지면에 글을 쓰다 보면 댓글이 달릴 때가 종종 있다. 사실 칭찬하는 댓글보다는 비난하는 댓글이 더 많다. 처음으로 내 글을 비난하는 댓글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간단한 한 줄이었는데 그 한 마디가 반복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다가도 그 댓글이 생각나면 더 이상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의기소침해졌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한 후에는 댓글창을 일부러 확인하지 않는다. 가끔 궁금해질 때면 찾아 들어가서 보긴 하지만, 대부분 후회로 끝난다. 이제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 창이 숨김으로 되어 있는 것이 편안하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게 됐다.
작가들도 창작물 평가 궁금해 한다
요즘 인터넷서점 별점·한줄평 강력
신인작가들 '별점 테러' 타격 더 커
작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터넷 서점 독자들이 매기는 별점이 화제에 올랐다.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떤 사안에서 통일된 의견이 나오는 일은 흔치 않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도 목소리가 커지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요즘 인터넷 서점은 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별 개수에 따른 평점 분포와 연령과 성별로 구분된 구매자 분포까지 확인 가능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별 5개와 별 1개의 간극이다. 대부분의 책은 1개까지 별점은 거의 없고, 별이 3개에서 5개 사이에 몰려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경우 별 5개는 55.4%, 별 1개가 25.1%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이 나오고 나면 작가는 자기 책의 리뷰와 감상을 샅샅이 찾아보는 작가와 아예 찾아보지 않는 작가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작가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생각이 궁금할 수밖에 없을 테다. 영화도 그렇지만 책 역시 출간 직후 판매량과 평가가 전체 판매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초반에 어떤 평가가 나오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요즘은 신문이나 언론 리뷰보다 더 강력한 것이 인터넷 서점의 별점과 한줄평이라고 한다. 배달앱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별점과 리뷰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별을 1개만 준다는 '별점 테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평가'로 '차별' 혼란한 '공정시대'
창작자·독자위한 다른 방안 찾아야
몇 권의 책을 더 펴낸 작가는 이제 아예 인터넷 서점의 댓글창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비판 댓글에 누군가 책이 재미있다고 옹호하는 댓글을 달면 "작가 본인 아니냐"며 의심하기까지 한단다. 모든 작가들에게 별점 테러는 가혹한 일이지만, 특히 신인 작가들에게 타격이 더 크다. 그날 이야기를 전해준 작가는 첫 책을 내고 얼마 되지 않아 별점 1점 리뷰와 악의적인 댓글이 달린 후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첫 책이거나 이름이 덜 알려져 있는 작가의 경우 사람들이 책을 사기 전에 댓글과 별점을 살펴보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별점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별점 테러'부터 하고 보는 행태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 차원의 대처는 미흡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이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만 골라서 테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성학이나 여성 관련 주제 서적의 경우 비구매자 별점 테러가 더 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날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좋았던 책과 저자를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댓글이나 리뷰, 별점을 일부러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너무 간단하게 평가해버릴 수 있는 시대, '평가'해서 '차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혼란한 '공정'의 시대, 창작자와 독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지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