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은 참 신비로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생명을 챙기고 보살피느라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하루하루 활력이 생겼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이용자들은 아기 고양이와 인사하며 봄날 햇살처럼 더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 덕분에 웃음이 많아졌고, 고양이들 이야기로 사람들과 시시콜콜하게 나눌 이야깃거리도 많아졌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언뜻 보면 우리가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들이 우리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반려견 입양
살다보니 성가시고 경제 부담 느껴
고마움 잊고 버리는 이기적 행동도
지난 8월20일(매년 8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세계 유기동물의 날'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동물들이 버려진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외출과 여행이 쉽지 않던 기간에는 유기동물의 수가 감소했다가 위드 코로나로 일상이 회복되면서 다시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했다. 외부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동물을 돌보는 것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여 버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날수록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다.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먼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생명 존중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는 그림책 '으리으리한 개집(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의 주인공인 '월월'이라는 개는 아기였을 때 사랑스러워서 바로 입양되었다. 모든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월월 씨는 폭풍처럼 성장했고 그가 한 번 움직이면 온 집안은 그의 털로 휘날렸고, 한 번 먹으면 큰 사료가 단번에 없어졌다.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 월월 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가족들이 월월 씨를 바닷가에 두고 가 버렸다. 버림받은 월월 씨는 다시는 사람 따위를 믿지 않기로 했다. 그는 스스로 으리으리하게 큰 집을 지었다. 편하고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지내려니 심심하고 쓸쓸했다. 그래서 인간만 빼고 세를 놓으려 했으나 그것 또한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월월 씨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 셋의 등살에 어느 사람가족과 한 집에 살게 되었다. 그렇게 함께 밥도 먹고, 책도 보고, 잠도 같이 자면서 정이 들었다. 그러다 인간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월월 씨는 다시 혼자가 될 상황에 놓였다. 이사 가는 날 월월 씨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간섭을 했고, 아이들의 부모는 말한다. "아, 그렇게 걱정되면 따라와서 직접 돌보시든가!" 월월 씨는 두말 않고 인간 가족을 따라갔고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동물도 소중한 생명체로 생각 있고
쓸쓸함·즐거움 느낀다는 것 알아야
처음에는 사람이 원해서 개를 입양했으나 한 집안에서 살다보니 좋은 점도 있으나, 성가시고 질병이라도 걸리면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끼면서 그가 주는 고마움을 잊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결국은 집에서 먼 어느 곳에 두고 오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월월 씨처럼 동물도 한 생명체로 생각이 있고, 쓸쓸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소중한 존재임을 알고 버려지는 개도, 고양이도 없으면 좋겠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고, 뜰에는 고양이와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일상의 순간을 느끼며 지금 내 주변을 가만히 느껴보면 힘든 일들 속에 이러한 소소한 일들이 버팀목이 되어 우리를 살아나가게 한다. 어떤 생명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작은 동물이라고 해서 생명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명존중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조화롭게 공존하며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