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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지났다. 음력 8월 보름인 한가위는 예로부터 1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날이었다.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고 키워 낸 곡식과 과일을 수확해 먹을 음식이 가득하고 인심도 넉넉한 날이 바로 한가위였다. 특히 올해 추석엔 100년 만에 가장 둥근 보름달이 떴다고 한다. 저녁에 짬을 내어 홀로 산책을 나와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역시 달은 동그란 모양일 때 가장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방자치제를 수식하는 단어인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제 그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어느 순간부터 '소통'과 '균형'의 두 단어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손꼽는 필수과정이 됐다. 시민을 위한 정치는 원만한 소통과 균형에 있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소통과 균형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형이 '원형'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가장자리 어디에서도 일정한 직선거리를 유지하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원이라는 도형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부피의 기둥을 세운다면 삼각형이나 사각형에 비해 둘레 길이가 짧은 게 바로 원형이다. 이 때문에 적은 자원을 투입해 최대한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형은 원이다. 


아직도 중앙정부 정책 결정에 종속된 현실
지자체 입장 외면 지역화폐 국비 전액 삭감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 잡은 지방자치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행정과 재정 운용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에 지방자치단체가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소통이 부족한 면이 엿보이는 것 같아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내년 예산에서 지역화폐에 투입될 국비를 전액 삭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결정의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의 몫이었다. 실질적 지방자치제도 구현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논의도 멈춘 상황이다.

특례시로 격상된 용인시도 이 문제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례시라는 명칭을 얻었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용인시와 수원시, 고양시, 창원시 등 4개 지자체와 4개 시의회는 특례시에 걸맞은 실질적인 권한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중앙정부의 문을 수차례 두드려 왔다. 머리를 맞대며 발전 방안을 논의했고 여기서 나온 결론을 정부에 여러 번 건의해 왔으나, 마치 명절 연휴의 고속도로 상황처럼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례시 걸맞는 권한 수차례 건의 여전히 답보
시민행복 위해 여야없이 모든 의견 담아내야

시민을 위한 정책에는 여야가 없다. 용인시의 경우 시장과 의장이 비록 당은 다르지만, 도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여야를 초월한 소통을 다짐했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미래 사업으로 손꼽히는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 용인시 구성원들이 모두 한 뜻을 모아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최근 이상일 용인시장은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을, 필자는 경기도시군의회의장남부권협의회 회장을 맡게 됐다. 4개 특례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권 전역의 현안을 용인시가 대표로 이끌어 가는 위치에서 소통과 균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지방자치제도와 도시의 발전, 그리고 시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모두의 의견을 '원' 안에 담아내야 한다. 균형을 잃고 찌그러진 원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둥근 원을 만들어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회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러면서 균형이 잘 잡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윤원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