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뜨거웠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고, 수년간 찾아볼 수 없었던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오래된 경제 교과서까지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복잡하게 얽힌 변수 사이에서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계의 거인을 다룬 책 2권이 나왔다. 신간 '이건희 반도체 전쟁'과 '정주영이 누구예요'다.
보이지 않는 함정을 피하는 건 분명 불가능하겠지만, 어떤 태도와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분명하게 알고 가는 것이 그나마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 이건희 반도체 전쟁┃허문영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456쪽. 2만6천원

모두가 무리라며 반대하던 때에 더 먼 미래를 내다본 담대한 결정을 한 이병철, 이건희 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반도체 시장에서 매 순간 찾아오는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가다.
李, 반도체 회사 인수부터 역사 쓰기까지
삼성의 공격적인 경영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한 기업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리더십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장기적으로 유효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혁명은 제조업의 논리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사람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바가 더 크다는 점에서 삼성의 성공사에 머물지 않고 정보통신이 전 영역에서 혁신을 일궈내고 있는 현재에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책을 통해 권오현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고 호황과 불황 사이의 진폭이 말도 못 하게 큰 반도체 사업에서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밀고 나갔던 오너의 집념과 의지가 일본을 이긴 결정적 동력이었다"고 전해 반도체사(史)에 불확실성이 큰 지금의 경제 상황을 돌파할 도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유추케 한다.
■ 정주영이 누구예요┃이민우 지음. LiSa 펴냄. 320쪽. 2만원

경제계의 큰 별이었으며 체육계에도 선 굵은 업적을 쌓았고, 정치인이면서 예술적 감각으로 대북 사업을 펼쳐 회자가 되는 정 회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일했던 '쌀집 주인 손자'가 쓴 왕회장 이야기
1부에서는 정주영과 쌀집 할머니의 이야기로 인간적인 면을 다뤘으며, 2부와 3분에서는 각각 체육인, 정치인으로서의 정주영을 다뤘다. 이밖에도 대북사업 등 정주영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다루면서 성공한 경제계 인물로만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미 널리 알려진 어록이 수두룩한 정주영 회장이지만, 재치와 아이디어로 위기를 타개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길을 열어가는 모습에서 지금 세대에 시사하는 바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정주영을 모르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할머니에게 들었던 내용과 체육기자 시절 기사로 쓰지 않았던 내용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모아 참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