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신도시라고 만들어 놓은 산본은 일자리 없는 잠만 자는 도시를 만들어 놓았다. 용적률이 높아서 재건축도 쉽지 않다. 그러니 도시기반시설인 도로, 공원 등도 더는 확충할 여지가 없다. 영구임대아파트 비율도 높아 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원해야 하는 예산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도 기존 도시를 재정비하는 중인데 산본에 걸려 추진속도도 늦고 규제도 여전하다. 기존 도시를 배려한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이 시급한 게 현실이다.
경부선 철길은 군포를 반으로 갈라놓았다. 철길과 나란히 놓인 47번 국도는 하루종일 차들이 붐비고 늘 정체인 상태다. 이 차량 가운데 60~70%는 안산과 안양으로 오가는 차들이다. 군포를 통과하는 차들로 도로는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군포 남단의 송정지구와 3기 신도시 대야미지구가 개발 중인데 입주가 시작되면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 될 것이다.
우회도로를 만들 땅도 없어 안타깝다. 답은 지하화뿐이다. 다행히도 대통령은 당정역~서울역 지하화를 약속했었다. 조금이라도 시행을 앞당기기 위해 군포시민들은 시 승격 이후 최대 규모로 연대해 지하화를 촉구하고 있다.
송정·대야미지구 입주땐 도로 주차장화 뻔해
시민들 금정역 개발로 지하화 앞당기기 원해
시민들이 지하화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정역 개발 때문이다. 현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이 정차하게 되는 금정역에는 5개의 대형 사업들이 추진 중인데 모두 지상을 전제로 추진 중이다. 지하화가 늦어지면서 계획 중인 사업들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대로 추진하고 나서 지하화가 진행되면 전부 뜯어내고 다시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방향만 제시해 주면 될 일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군포시 경계에서 도시 중간까지 철로와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은 33만㎡ 가량 된다. 기차와 차량이 지하로 다니게 되면 그 지상 공간을 개발해서 얻는 수익으로 지하화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예비조사결과도 나왔다.
수리산에서 산본 신도시를 가로질러 금정역을 지나 안양으로 산본천이 흐른다. 맑은 물이 흐르던 산본천은 산본신도시를 만들면서 콘크리트로 덮어 도로를 만들었다. 덮으면서도 당시 개발자들은 '다시 뚜껑을 열어야 할 때가 올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그때가 된 듯싶다. 밝은 햇살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 산본천 복원이 우리들의 꿈이자 소망이다.
재정비해야 할 공업지역 개발도 군포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한때 군포공단은 수도권 첨단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금형, 제지 같은 산업이 쇠락하고 기업들도 사라져 빈 공장이 황량하다. 반대로 도시 절반에는 인구가 밀려들면서 노동력이 넘쳐난다. 군포 공업지역에 대한 리모델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이상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선 금정역 공업지역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산본신도시 만들며 덮었던 산본천 복원 소망
빈 공장 수두룩한 군포공단 재정비도 시급
없어서 만들어야 하는 토목건설이 아니라 잘못 만들어서, 시대가 변해서 고쳐 지어야 하는 건설의 시대가 됐다. 아파트만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도시공간도 구조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바꾸는 일보다는 공간을 바꾸는 일이 쉽고 효과도 크다. 하지만 사람을 만족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주거공간을 바꾸는 일과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간혁신에 목을 매고 있다.
/하은호 군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