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부장 실증화 지원센터가 남동산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산단에서 일할 근로자들이 넘쳐나게 하는 것이다. 남동산단은 1980년대 이후 인천은 물론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노후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인 기업과 구직자 간 인식 차로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 매칭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수십 년째 산단 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7천800여 개 업체 중 4천900여 업체 임대기업이다. 국가산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수십년째 인력난… 절반 가까이 임대 기업
'뿌리산업 유지'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 시급
정부는 산단 내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밝혔지만, 청년들이 산단에 관심을 두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미래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청년들이 산업단지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많이 있다. 낮은 임금, 근로자 복지 및 편의시설 부족,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우범지대를 방불할 정도로 어두워 돌아다닐 수가 없고, 점심 후 커피 한잔 편하게 마실 휴식공간도 찾기 어렵다. TV를 틀면 와이셔츠를 입고 커피를 마시는 직장만 나오고, 생산직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모습만 나온다. 조금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제조업의 근간인 소부장 산업, 뿌리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이다. 뿌리산업이 없으면 반도체·자동차·조선업도 발전할 수 없다. 남동산단은 입주기업 7천여 개 가운데 80%가 소부장 기업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에게 뿌리산업은 여전히 기피 대상이다. 진정으로 뿌리산업을 지키고 싶다면 젊은이들이 뿌리산업을 자랑스러워하고, 그곳에서 종사하는 것이 자부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소부장 실증화 지원센터 개소보다 일자리 미스 매칭 해소가 더욱 시급한 이유다.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안도 있지만, 대기업이 노후산단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근로자 편의 및 복지시설을 제공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 부담을 안겨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뿌리산업이 없으면 대기업도 존재할 수가 없으니 그 뿌리산업을 지키는데 동참하자는 취지다. 뿌리산업을 지키는 것이 대기업 스스로도 사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요소수 파동에서 나타났듯 뿌리산업은 국가와 대기업 모두에게 소중한 산업이다. 산단의 쾌적한 근로환경 조성에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윈윈하는 차원, 아니면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라도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 관심 갖도록 하는게 장기적 해결책
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공공형' 보다 양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늘었지만, 증가 폭은 6개월째 감소세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5천명 줄어 작년 2월 이후 21개월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고용 증가세 둔화에 경기침체마저 예상되면서 내년에는 고용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좋은 근무 환경, 높은 임금은 누구에게나 원하는 조건이다.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취업하기 좋은 환경을 먼저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은 국가 산업의 근본이라고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청년들에게 근본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해외로 떠난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공공형 세금 일자리보다 양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