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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용 부천소방서 예방대책팀장
여러 사람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등은 옷을 벗고 이용하다 보니 각종 재난 발생 시 옷을 입다가 대피가 늦어져 큰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평상시 각종 컨설팅 및 교육 등에서 신속한 대피를 통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불나면 대피 먼저"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목욕장이나 찜질방 같은 시설에서 빠른 대피법을 물어본다면 선뜻 "대피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피가 우선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대부분의 목욕장 및 찜질방 등은 지하에 위치해 각종 사고 시 위험성이 높다. 특히 화재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 등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아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화재 시 연기는 공기보다 고온이기 때문에 이동속도가 수평 방향으로 0.5~1㎧, 수직 방향으로 2~3㎧, 계단실 내의 수직 이동속도는 3~5㎧로 급속도로 가시거리의 저하를 초래하고, 그 독성과 호흡곤란에 의한 피난자의 생리적 영향 이외에 심리적 불안을 초래해 피난 행동에 영향을 준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재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74%가 연기 및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집계됐다. 이는 화재 초기 신속한 대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에 대안으로 불이 나도 옷을 챙겨 입느라 허둥대는 대신 빨리 걸치고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긴 웃옷 형태의 '비상용 목욕 가운'의 비치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목욕탕 등 다중 이용시설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목욕탕 이용 중인 것을 가상해서 상·하의 속옷과 겉옷을 입는데 48초가 소요된다. 반면 비상 탈출용 가운만 걸치는 데 8초로 대피 시간을 6배 이상 줄여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다중 이용시설 업주들은 이용자의 안전 및 대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서 가운 형태의 비상 탈출용 가운 비치와 피난시설의 철저한 관리를 권고하는 바이다.

/이계용 부천소방서 예방대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