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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서울에서 강화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보신각에서 차를 타고 터널로 향한다. 목멱산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는 곡우 무렵, 해뜨기 전 터널은 어둡고 길다. 한남대교를 지나니 한강에 햇살이 너울거린다. 동호대교 위로 해가 뜨고, 차들은 넓고 긴 올림픽 도로를 달린다. 만약 다리가 없었다면 배를 타고 한강 따라 서해까지 가야 한다. 행주산성도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낚싯배를 보니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도'가 겹쳐 보이는 호수 같은 잔잔한 한강이다. 강화 염하(鹽河)를 통해 바닷물이 행주산성 앞 행호까지 와 어부들이 웅어와 황복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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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문수산성과 강화도성 사이 흐르는 염하(鹽河)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제공

행주산성을 벗어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는 언제나 반갑다. 임진강에 차오르는 물도 오두산성에서 지켜보니 서해 바닷물이다. 한강과 임진강은 강화로 가는 주요 관문이었다. 파주와 김포 그리고 강화의 물줄기는 본디 하나다. 초지진을 따라 올라오는 염하, 예성강 물이 강화만을 넘어 한강 하구 조강에 부딪힌다. 과연 이 물은 강물인가 바닷물인가. 강화도가 섬인지 육지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유다. 옛길이 아닌 물길로 가면 더욱 분간할 수 없다. 신기할 따름이다.  


배 타면 가까우나 심리적으로
멀고 먼 돌아올 수 없는 귀양지

 

안평대군과 연산군이 가던 옛길, 이제 국도를 타고 김포 통진 지나 월곶에 다다른다. 김포 월곶에서 강화대교 지나면 강화 갑곶이다. 강화도는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이 만나는 신비의 땅이다. 눈앞에 고려산과 혈구산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니 바람 속 이정표는 역사 속 풍경과 같다. 강가에 꽃들이 만발한 강화(江華)다. 강화도는 커다란 섬이다. 강화도는 15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큰 섬이다. 제주도·거제도·진도·남해도 다음으로 크다. 강화도는 역사 속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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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화개산 화개공원에서 바라본 교동도와 서해.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제공


단군을 모시는 제단부터 고구려·백제·신라의 군사적 요충지다. 고려시대 몽골과 39년간 항몽의 시간에도 도성 안 궁궐과 도성 밖 홍릉도 강화에 있었다. 고려궁지는 흔적만 있을 뿐 시간이 멈춘 듯 있다. 한강 따라 조강에서 김포 통진 지나 염하 위 강화대교를 건너면 고려 궁궐터다. 고려시대에 예성강 따라 배를 타고 왔다. 개경처럼 강화에 북산을 송악산(松嶽山)으로 남쪽에 남산을 마주 보고 궁과 궐을 짓고, 정문에 승평문(昇平門)이라 현판도 달았다.

강화도성 안 종각까지 만들었다. 1232년 고종 때 행궁과 수도를 옮긴 후 39년을 몽골에 버티며, 16년간 팔만대장경도 만들어 민심을 모았다. 가야산 해인사 팔만대장경 국보가 강화에서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 강화도다. 송악산에 있던 팔만대장경을 오자 하나 탈자 하나 없이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심지어 가야산 합천 해인사까지 옮겼다. 강화대교와 초지대교가 없었던 때 한양도성에서 강화도성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

500여 년 전 배를 타고 한양도성 밖 무계원 안평대군의 귀양길을 따라간다. 도성 안 인왕산 수성동계곡 비해당에서 함께한 23명의 대신들 그리고 도성 밖 무계원에서 몽유도원도를 그리며 꿈꾼 이상세계는 무엇일까? 수양대군에 의해 안평대군은 강화도까지 배를 타고 유배되었다. 또다시 섬 속의 섬 교동도까지 이배되어 8일 만에 사약을 받는다. 슬픔이 멈춘 곳 왕과 왕족의 귀양지가 강화도요, 물길이 험하지만 땅이 비옥한 섬이 교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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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 교동읍성의 남문인 유량루(庾亮樓)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제공

연산군은 중종반정에, 임해군과 능창대군은 광해군에, 광해군은 인조반정에 의해 강화도와 교동도로 한강 따라 조류에 밀리고 세파에 밀려 강화도까지 왔다. 강화도는 배를 타고 오면 가까우나 심리적으로 멀고 먼 섬이다. 또한 돌아갈 수 없는 귀양지다. 한번 가면 돌아갈 수 없는 땅이요, 육지 밖 섬이었다. 역사 속 피난처 행궁지요,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위리안치 귀양지다. 정족산 사고로 유명한 전등사가 있는 비밀공간도 강화도다.

수많은 역사 켜켜이 쌓인 곳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
섬속의 섬 교동도 '화개정원' 열린다


수많은 시간 속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이 강화도다. 강화는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조강, 서해와 예성강이 인접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인돌과 민족의 영산이며 명산인 마니산이 있는 곳이다.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 강화, 섬 속의 섬 교동도 화개산에 '화개정원'이 봄날 꽃처럼 열린다. 4월에 함께 떠나 볼까요?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