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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 대표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마이너리티 최준영이 빅이슈 창간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알 거예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요. 늘 응원하고 있어요." 빅이슈 창간을 위해 뛰어다니다 빚더미에 올라 나동그라진 내게 건넨 지인의 위로였다.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마이너리티'라는 말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2008년 영국에 다녀왔다. 빅이슈(Big Issue,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를 들여오기 위해서였다. 런던의 빅이슈 본사를 방문해 빅이슈의 운영방식을 듣고, 거리의 판매원을 인터뷰하며 한국판 빅이슈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귀국 후 빅이슈 창간 운동을 전개했다. 3년여 고투 끝에 나는 고꾸라졌고, 빅이슈는 창간됐다. 실수를 거듭하다 나동그라졌지만, 씨를 뿌린 사람으로서 거리의 빅이슈 판매원을 볼 때면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빅이슈는 단지 잡지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의 공감과 선의, 연대를 끌어내는 마중물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 빅이슈는 그러한 불행이 단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걸 일깨운다.  


영국까지 가 들여온 '빅이슈 잡지'
사회구성원 공감·연대 이끌어내


5년 전 수원에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을 설립했다. 강의 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다양한 강의를 기획하는 등 지역사회에 인문학의 향기를 전파하는 한편,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서 사람의 온기를 전하자는 취지였다. 코로나 블루에 직면하면서 운영난에 허덕이기도 했지만 5년을 버텨낸 끝에 알찬 인문학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빅이슈 창간 운동과 책고집 설립에 이어 세 번째 사회적 사고(?)를 치려고 한다. 어느 마이너리티의 세 번째 꿈은 국내에 교도소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2005년 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에 참여한 이래 인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다. 지역자활센터에서 한 부모 여성 가장을 만났고, 모자보호센터에 입주한 미혼모를 만났으며, 지역의 가난한 어르신과 장애인, 탈학교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마이너리티일 망정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 일이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20년을 그리 살았으니 이제는 끊을 수도, 그만둘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인문학을 매개로 만난 사람 중에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형인들도 있다. 혹은 모 대학 소속 강사로, 혹은 개인 자격으로, 드문드문 그분들과 만나왔다. 보다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고, 종래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교도소대학'(대니얼 카포위츠 저, 장상미 역, 유유 간)의 추천사를 쓰기 위해 원고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교도소대학에 빠져들었고, 감동했고,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안양교도소와 의왕구치소,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죄지은 사람에게 공짜로 공부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비판이 있었고, 성과에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도소 인문학은 꿋꿋하게 진행되었고, 나름 성과를 내기도 했다. 수형인들에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했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인문학 매개로 만난 교도소 사람들
이전과 다른 삶 살아야할 이유 논의
마이너리티 꿈 함께하면 현실될 것

빅이슈 창간 활동 초창기에 조력자가 없었다. 혼자 꾸는 치기 어린 꿈이었다. 책고집을 설립하겠다고 나섰을 때도 다들 뜯어말리기만 할 뿐이었다. 돈만 까먹는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넘쳐났다. 그러나 빅이슈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로 뿌리를 내렸고, 책고집은 5년을 버틴 끝에 진정한 인문학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전형적인 마이너리티의 세 번째 꿈에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 교도소대학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기꺼이 함께 할 의사를 밝힌다. 그럼 됐다.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곧 현실이 된다. 교도소대학 설립, 이제 출발선에 섰다.

/최준영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