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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대통령의 자기분열적 발언이 촉발한 수능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오랜만에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맹목적 충성 발언은 그들이 사적 이익 추구의 권력 카르텔에 지나지 않으며, 교육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이를 계기로 교육 현실과 지향점을 살펴보게 되니 반면교사 정도의 기여는 한 듯하다. 지금 이 나라의 중등교육은 입시로 인해 망가지고 있으며, 고등교육은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죽어가고 있다.

유기체로서의 인간은 생물학적이지만, 그럼에도 문화적인 층위 없이 인간이 될 수 없음도 자명하다. 이는 20여 만 년의 인류 진화과정에서 여실히 밝혀진 사실이다. 동물이었던 인간은 문화를 통해 규범적이며 의미론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 모두는 전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가능했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교육 무너지면 사회 혼돈으로 빠져
중등교육 정상화·사교육 없애려면
기존의 체제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교육에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삶에 필요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첫 번째라면 사회적 존재인 인간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두 번째 요소가 된다. 여기에 그 사회의 암묵적 행위 규범과 도덕이 중요한 교육 내용이 된다. 의미론적 존재로 거듭난 인간이기에 교육은 마침내 실존적이며 존재론적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자기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파이데이아(paideia)를 말했던 그리스철학이나 문치교화를 지향한 유가의 교육관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교육은 단순히 객체적이며 사회적인 지식을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성찰성을 지향하는 철학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한국 사회가 압축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하고 지금과 같은 정치적-경제적 성취를 이룩한 것은 전적으로 교육에 힘입어서였다. 그럼에도 우리의 근대 교육은 이런 층위에 머물러 의미론적이며 성찰적 교육을 홀대함으로써 파탄에 빠지게 되었다. 한국 교육의 위기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중등교육은 서열화된 대학으로 인해 무너지고 고등교육은 성장 위주의 자유주의에 종속되어 죽어간다. 대학 교육을 다만 취업 수단이나 그를 위한 전문 지식 전수 정도로 간주할 때 대학의 죽음은 필연이 된다.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의 단편적 생각과 대학 운영자들의 맹목적 자본 논리가 이 나라의 교육을 철저히 망가뜨리고 있다.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고, 그저 교육행정 보조원이나 입시 성과의 수단 정도로 간주하면서 공교육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니 우습지 않은가.

학문의 내용을 철학적으로 해명하고, 한 사회에서 전문지식이 지니는 의미를 성찰해야할 교수 집단을 다만 고등 교육의 수단 정도로 몰아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지성적 성찰이 자리할 수 있을까. 교육자를 지식을 전수하고 교육행정에 투여되는 관료적 집단 정도로 간주하는 사회는 허망하고 맹목적인 사회로 치닫게 된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려가지만 강요하는 사회는 파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 무너지면 그 사회는 지향성을 상실한 채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때 우리는 문화적 존재로 거듭 나지 못하고 무의미한 지식에 함몰된 허망한 개체가 될 뿐이다. 교사 홀대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이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강화해야할 인권조례를 이 기회에 폐지하려 들쑤신다. 공동체가 어디로 가야할 지를 규범적으로 가르치고 성찰적으로 해명해야할 교육이 다만 수단이 되는 사회가 허망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 나라의 주류 카르텔은 성찰하지 않는다. 하기야 성찰성 교육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으니 그에 대한 생각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서열화·계급 재생산 수단 탈피 시급
교육자가 교육 주체로 자리매김을


중등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이 사라지게 만들려면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열화되고 계급 재생산 수단이 된 대학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교육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해 무지하고 성찰하지 않는 것은 대학 운영자나 정책 결정권자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들이 맺는 사적 이익 카르텔이 위기의 주범이다. 교육과 학문의 근본적 의미를 되살리고 이를 위해 교육자를 교육 주체로 자리매김하지 않을 때 지금과 같은 위기는 반복될 뿐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