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 모금 목표액 107억2천만원
어려운 시기만큼 도움 필요한 이웃도 늘어
나눔온도 녹록지 않고 정부 복지예산 줄여
하지만 한걸음 더 하면 시민 저력 보여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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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얼마전 소설이 지났다. 올해는 인천에서도 제법 첫눈다운 눈이 내렸다. 겨울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해를 뒤돌아보며 계획하였던 일, 목표하였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소중한 분들과 함께하는 한 해의 마지막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늘 겨울이 오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일년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어려운 이웃과 복지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을 해야하고 모아진 성금을 나누는 일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겨울이 가장 분주하다. 올해로 사랑의열매에 근무한지 24년이 되었으니 거의 사반세기 나의 청춘을 그렇게 분주히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다.

올해로 26번째를 맞이하는 사랑의열매의 연말연시 이웃돕기캠페인은 지난 1일 시작하여 내년 1월31일까지 62일간 진행된다. 캠페인 기간중 시도마다 모금목표액을 정하고 '사랑의온도탑'을 세워 나눔온도를 올리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 인천에서도 지난 1일, 시청앞 광장에 '사랑의온도탑'을 세우고 캠페인의 시작을 시민들께 알렸다. 이번 캠페인 기간 중 인천의 모금목표액은 107억2천만원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비록 적지않은 목표이기는 하지만 반면 그만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이 늘어났기에 고심 끝에 정한 목표액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인천시민 모두가 내일처럼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덕분에 인천의 나눔온도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먼저 100도에 도달하였으며 최종 마감일에는 120.8도까지 올랐던 기분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한 해 캠페인을 끝내고 나면 또 다음해의 캠페인이 걱정 된다. 올해 경기는 어떨까? 모금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사회적 이슈는 없어야 할텐데, 국제정세는 어떤지 등등 남들은 하지 않아도 될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모금회의 시계는 왜 이리도 빠르게 돌아가는지 지난 캠페인이 불과 몇달전의 일처럼 생생한데 시간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 다시 캠페인을 맞이하고 있다.

캠페인을 준비하며 지난 가을부터 참 많은 분들을 만났다. 과거 나눔에 동참하였던 주요 기업이나 개인 고액기부자를 만났고, 단체장이나 공직자 등을 만나 캠페인을 알리다 보니 하루 해가 짧다. 매년 느꼈던 생각이지만 그 어느 한 해 어렵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캠페인이 종료될 쯤이면 그해의 나눔온도는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기적 같은 일들을 수없이 많이 경험해 왔다. 코로나19로 누구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암담한 시기에도 도리어 사랑의 온도는 식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인천의 나눔온도는 과거와는 달리 녹록지 않을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손에 꼽을 만한 고액기부 기업들이 폐업을 하였는가 하면, 다른 기업들도 올해는 기부 규모를 줄인다는 비관적인 소식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기운 빠지는 소식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여기에서 경기탓을 하며 주저앉을 수 없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은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에서도 내년도 세입예산이 줄어 복지예산을 줄인다고하니 그저 한가로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서울로 가는 길은 수만 갈래의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단 한 길도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직원들과 공유해 가며 직원들을 다독인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우리 스스로라도 한걸음 더 움직여야하는 절박감에서다. 우리 직원들이 한사람이라도 더 만난 만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는 필경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서 아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건 뜻밖의 기부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24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는 일에 앞장서 왔던 것을 기억한다. 2023년 겨울,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처럼, '기부로 나를 가치있게, 기부로 인천을 가치있게' 인천시민 여러분들의 나눔의 저력이 또 한 번 빛이 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사랑의열매 임직원 모두는 오늘도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만나러 간다.

/박용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