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교육연극 국내 첫 선보인 1호 연출가

활동하며 모은 사진·포스터 등 묶어 책 출간

“주입식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 교육되길 바라”

박은희
우리나라 1호 교육연극 연출가 박은희 극단 고향 대표가 지난 9일 인천 남동구 한 카페에서 최근 쓴 ‘한국교육연극’을 펴며 교육연극 개척기를 설명하고 있다. 2023.12.0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우리나라 1호 교육연극 연출가 박은희(69) 극단 고향 대표가 최근 한국의 교육연극 30년사를 집대성한 책을 펴내며 한국 연극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채워 넣었다.


최근 인천 남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희 대표는 “우리나라 미래 세대들이 주입식 교육에 얽매이지 않게 하고 싶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인이 되도독 돕고 싶다는 한 가지 생각만 붙들고 무작정 저지른 ‘처음 알린다는 일’은 산 넘어 산이었다”며 “30년은 그냥 쓱 지나가 버렸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교육연극’(Educational Theatre)이란 낯선 연극 장르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다. 교육연극은 연극을 촉매로 활용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성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교육을 뜻한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교육적 효과와 그 결과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연극이다.


박 대표는 1987~1992년 유학길에 올라 뉴욕대(NYU) 대학원과 런던에서 교육연극을 전공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귀국 후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서울교육극단을 창단해 교육연극 워크숍을 처음 선보이자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러 찾아왔다”며 “교육연극의 자유로운 창의성에 많은 사람이 매료됐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연극 표지
한국 교육연극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교육연극’ 표지.

대본을 연습해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기성 연극 공연 또한 사실상 주입식이라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그는 “교육연극 권위자인 뉴욕대 낸시 교수와 로웰 교수가 아시테지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는 뉴욕대에서 같이 공부한 배우 박중훈 씨와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가 지원했다”며 “이처럼 30년 동안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교육연극이 성장해 왔다”고 했다.


박 대표는 30년간 활동하며 모은 각종 사진, 교육연극 포스터와 워크숍 일지, 대본, 신문 기사, 논문 등을 묶어 ‘한국교육연극 since 1992’(해드림출판사)를 출간했다.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남동문화예술회관(현 남동소래아트홀) 초대 관장을 지낸 박 대표는 인천에서의 연극 활동을 정리한 저서 2권, 연극인 이원경 선생 10주기 추모집, 이번 ‘한국교육연극’을 포함해 4권의 책을 낼 정도로 성실한 연극 연구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올해 광주광역시 시립창극단 공연 연출을 맡은 와중에 틈틈이 자료를 정리하고 주석을 달아 쓴 책”이라며 “30년 기록을 세분해서 계속 깊이 있게 집필할 필요를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