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있어요?" 신청률 저조 이유
'행정기관 등 홍보로 알았다' 전무
'포퓰리즘 정책' 비난 면하려면
실효성 높일 방안부터 찾아야

그런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3~23세 청소년에게 버스요금 실사용액을 연 12만원 한도에서 지역화폐로 환급해주는 '경기도 청소년 교통비 지원사업'의 신청률이 36%(대상자 151만769명 중 54만명)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돼온 사업이고, 화성시·시흥시 등 별도의 교통비 지원사업이 시행되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나이 범위 안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음에도 경기도 청소년의 60% 이상이 이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업 담당부서에서도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하니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얼마 전 의정부시 시민단체들이 진행한 '의정부 민생대회 시민요구안 투표'에서 '청소년 무상교통, 버스비 지원' 정책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결과다. 그런데 의정부시 역시 '경기도 교통비 지원사업' 신청률은 관내 청소년의 37%(4만9천819명 중 1만8천381명)에 불과했다.
시민요구안 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경기도의 교통비 지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가장 많은 대답은 "그런 게 있어요?"였다. 신청 방법이 까다로워 포기했다거나, 신청한 카드를 잃어버려 환급받지 못하고, 버스를 거의 타지 않고 경전철만 이용해서 신청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있었다. 교통비 지원사업을 어떻게 알고 신청했는지 물었더니 가족이나 선배에게 들었다는 답이 대다수였고, 학교나 행정기관의 공지를 통해 알았다는 답변은 없었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최근 교통비 지원 정책에 대한 지자체 간 경쟁이 달아올랐다. 경기도는 국토부의 'K패스' 정책에 혜택을 더한 'THE경기패스'를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소년 지원 대상 연령을 6~18세로 확대하고, 연 24만원 한도에서 실사용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비 절감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제시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정책이 정작 필요한 곳에 제대로 닿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기도는 절반이 넘는 청소년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지원사업의 문제점부터 살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이 시민들의 삶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의 생생한 요구를 반영해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좋은 취지로 마련한 정책이라도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면 사소해 보이는 문제로 인해 외면받을 수 있다. 쏟아지는 교통비 지원 정책들이 민심 달래기용 형식적 사업에 그치거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정책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진보당 경기도당은 지난 10월부터 '청소년 버스 무상교통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민들의 생생한 요구를 청취하며 추진되는 조례 제정 운동이 평등한 이동권 확보, 교육비 절감, 교통 체증 완화, 기후위기 대응 등의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선도한 학교무상급식 정책이 세계가 인정하는 'K급식'으로 발전하기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운동에 힘을 모은 시민들이 있었다. 시민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을 시민의 힘으로 만드는 다양한 시도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김재연 前 진보당 상임대표·19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