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비지원 반토막 '첩첩산중'
7곳중 3곳은 사업 후순위로 밀려
당분간 시민 통행불편 이어질 듯

경복궁 낙서테러로 경기도 문화재 관리가 덩달아 도마(12월19일자 1면 보도)에 오른 가운데 내년 도내 세계유산 보존관리 국비 지원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세계유산의 경우 보수 공사 예산 등의 이유로 1년 넘게 출입이 통제된 곳도 있어 시민들의 불편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오전 찾은 수원 매향동의 방화수류정 계단 앞은 출입 제한 표지가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관람객 안전을 위해 보수 예정이라는 문구만 남긴 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의 명소로 꼽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날도 방화수류정을 찾은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자 아래 성곽에서 구경만 한 채 발길을 돌렸다.
팔달문에서 남포루로 올라가는 성벽길인 '남치 일원 여장' 구간 역시 보수 정비를 위해 수년간 관람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구간을 찾은 시민들은 공사 중인 길 대신 차도로 사용되는 가파른 경사로를 통해 통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김학문(70)씨는 "이곳은 팔달산으로 올라가는 길이기도 해서 운동 삼아 자주 다니던 곳"이라며 "1년 넘게 공사 중이라며 막아놓으니 통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화수류정 보수 공사비는 수원시가 15%, 경기도가 15%, 문화재청이 70%를 부담한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의 국고보조 사업예산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예산은 매년 4월에 신청해 9월 사전통지가 나오고 협의를 거쳐 이듬해 3월께 확정통지가 나온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시 자체 예산으로 공사 비용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비용을 감당할 규모의 시비 확보가 어렵다"면서 "방화수류정 공사의 경우 정밀안전진단 용역 비용만 1억여원이고 공사비는 별도인데 시 예산은 1억3천여만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수원 화성의 일부 보수 공사 사업은 내년도 국고보조 사업 예산에 미포함돼 공사 진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제 문화재청은 화성사업소가 올린 국고보조 사업 신청 7건 중 방화수류정, 창룡문 동포루 여장구간, 장안문 육교 등 4건은 내년 예산에 포함했으나 남치 일원 여장구간 등 3건은 미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시급성을 따져 검토하다 보니 후순위로 밀린 사업이 있다"며 "현재로선 예산 증액이 없으면 이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년도 세계유산 보조관리지원 예산은 수원화성 43억여원, 남한산성 9억여원으로 올해 각각 100억여원과 23억여원인 것에 비하면 절반 넘게 삭감됐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