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뻗은 전선·녹슨 콘센트

도내 노후 업소, 위험징후 발견

현행법상 다중이용시설 미분류

화재·감전 등 안전사고에 취약

대대적인 시설물 점검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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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한 노후 목욕탕. 2023.1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올해 9월에 이어 이달에도 노후 목욕탕에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기도 내 노후 목욕탕의 대대적인 시설물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있는 수원시의 한 목욕탕은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26일 오전 10시께 찾아간 이 목욕탕에는 평일임에도 남탕에만 10여명의 손님이 있었다. 온탕 3개와 냉탕 1개 그리고 사우나 3개를 보유한 이곳은 감전사고 위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목욕탕 내부 방송을 위해 설치한 스피커는 내장형이 아닌 외부로 노출돼 있었고 이를 연결하는 전선 역시 외부로 뻗어 있었다.

탕 온도를 나타내는 전자 온도계의 전선 역시 일부 탕에선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 포착됐다. 사우나 안쪽 벽에는 콘센트가 있었던 곳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었는데, 이곳은 성인 남성의 손도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그곳에는 전선들이 절연 테이프에 감겨있었지만, 감전 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된 모습이었다.

반면 최근 일어난 세종시 내 한 노후 목욕탕의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 기포발생기는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집 근처에 있어 자주 오는 곳인데 그동안 위험하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최근 목욕탕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자녀에게 주의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용인시의 한 목욕탕에도 여러 명의 남성 손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목욕탕 역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탕 2개와 냉탕 1개, 사우나 1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은 몇 년 전 내부 수리를 했지만, 건물 자체가 오래돼 여전히 사고 위험 요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목욕탕의 환풍기는 전선과 콘센트가 외부로 노출돼 있었고, 콘센트를 천장에 고정하는 못은 녹슬어 있었다. 사우나 내부에 있는 전기 전등은 램프 뒤쪽이 과열돼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노후 목욕탕이 규모 등의 이유로 현행법상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되지 않은 곳이 많아 화재나 감전 등 안전사고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 목욕탕의 경우 폐쇄적인 건축구조와 시설 노후화 등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다중이용시설 미포함 업장이 많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지자체와 행정 당국은 노후 목욕탕을 중심으로 감전사고를 막는 누설전류 차단기 등의 추가 안전시설 설치를 유도하고 노후도에 따라 점검 주기를 달리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조사 결과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연평균 10회의 목욕탕 관련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