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배송업체에 가격 밀려
수요 줄고 중고거래마저 활발

"코로나19 전에는 30개 가져오면 다 팔고 집에 갔는데 오늘은 겨우 3개 팔았네요."
지난 2일 오전 졸업식이 열리는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앞. 식이 열리기에는 아직 이른 7시 30분임에도 인근 꽃집 상인들은 들고나온 꽃다발을 전시하느라 덩달아 분주하다.
새벽 4시부터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해 오늘 30개를 가져왔다는 용인 수지구의 한 꽃집 사장 김모(50대·여)씨는 손님이 오기 전부터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감돌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여러 졸업식을 다녔지만 매상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씨의 가게를 포함, 4개 업체에서 100여개의 꽃다발을 가져왔지만 졸업식이 시작하는 10시까지 판매한 수는 총 10개 뿐이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꽃집 사장 최모(60대·여)씨 역시 대목인 졸업 시즌에 주문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근심이다. 최씨는 20년 넘게 꽃집을 운영했지만 지난달과 올해 졸업식 꽃다발과 관련해 견적을 물어보는 손님은 서너 명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3만원이 넘는 금액에 부담을 느끼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실제로 화훼 도매시장 경매에서 A급 장미 한 단(10송이)의 경우 평균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에 가격이 책정됐지만 지난달부터 3만5천원에서 4만원까지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안개꽃 역시 100g 기준 평균 1만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평균 3만원에서 비싼 곳은 5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꽃다발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활발해지며 전국 규모의 대형 화훼업체들이 저렴한 값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졸업식에 꽃다발을 들고 온 학부모 5명 중 1~2명은 인터넷으로 꽃다발을 주문했다고 답했다. 가격 역시 2만~3만원 대로 소규모 동네 꽃집에 비해 낮은 가격이었다.
전국 어디든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광고 중인 한 인터넷 꽃 배송업체는 "졸업식을 앞두고 하루에도 수백 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소매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화 꽃다발 자체의 수요가 적어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아이 졸업식에서 사진만 찍고 신선하게 보관했다'는 내용으로 꽃다발 매물들이 절반 이하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도 보였다. 생화 대신 인형이나 풍선 등으로 꽃다발을 들고오는 학부모들도 일부 보였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