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플랫폼 로그인 과정 거치면
타지역 사람들 누구나 참여 가능
다른 플랫폼 접속하면 동의 두번
'시민청원'도 동일… 신뢰도 의심

#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경기도에 사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경기도민청원에 동의해 달라는 링크를 받았다. 경기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씨는 카카오톡 등 소셜 플랫폼에 로그인한 뒤 간단한 본인인증 절차만 거쳐 쉽게 동의를 누를 수 있었다.
# 의왕에 사는 30대 박모씨는 최근 경기도민청원에 공감 가는 청원이 있어 네이버로 본인인증을 하고 동의를 눌렀다. 며칠 후 지인으로부터 같은 청원 링크를 받은 그는 해당 청원이 같은 것인 줄 모르고 동의를 위해 이번엔 카카오톡으로 본인인증을 하고 동의를 눌렀다. 그러자 해당 청원 시스템은 또 한 번 박씨를 동의 인원으로 집계했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일선 지자체들의 현안이 각 지자체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며 일부 안건들이 많은 지지와 동의 등을 받고 있지만, 허술한 인증 절차 탓에 신뢰도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28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온라인 청원제도는 각 지자체의 주요 현안, 정책에 대한 의견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올라온 의견은 일정 기간 동안 성립 기준 인원수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지자체장이 답변해야 한다.
도민청원의 경우 청원에 동의를 누르기 위해선 소셜 플랫폼에 로그인 후 본인인증만 하면 간단히 동의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의를 누른 사람이 경기도에 거주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 또한 한 소셜 플랫폼으로 인증해 동의를 누른 뒤 또 다른 소셜 플랫폼으로 인증하면 다시 동의를 누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일선 시·군의 홈페이지에 있는 시민청원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났다. 용인시의 경우 청원을 올리고 30일간 시민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시에서 답변해야 한다. 구리시는 30일간 500명 이상, 화성시는 20일간 1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시장이 직접 답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는 모두 해당 지역에 거주를 증명하는 별도의 인증 절차는 없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도민청원과 동일한 중복 집계 문제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청원제도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원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여론 왜곡 가능성에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온다. 인접 지자체 주민들이 타 지자체의 공공시설 사용 허가를 목적으로 다발성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나 여러 지자체를 지나는 대중교통 노선, 지역 간 교통체증 문제를 놓고 상대 지자체에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와 지자체 관계자는 "청원 동의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당장 지역 인증 절차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중복 집계 문제에 대해선 이른 시일 내로 대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