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경험' 새로운 여행 트렌드 자리잡아
道, 전국 최초 '로컬 크리에이터' 조례 예고
31개 시·군 '관광인프라' 잇는 바느질 절실

사람들은 왜 '성수동'에 열광할까. 서울 성수동은 1960년대부터 수제화, 인쇄, 자동차 정비, 섬유산업 등 지역기반 산업이 발달한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그 맥락을 이어오는 공장들이 즐비하다. 2010년 이후 폐공장을 활용한 갤러리와 카페들이 등장하면서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청년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의 유입은 성수동을 최대 핫플레이스로 변화시켰다. 강원도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거듭난 배경에도 로컬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서핑 문화가 로컬과 어우러진 결과다. 동해안에 위치한 인구 2만의 소도시는 '서핑' 하나로 연간 1천600만명이 찾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다양한 서핑숍과 선셋바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들과 이를 만끽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쉼'과 '로컬'의 만남도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 낯선 지역에서 살아보기 역시 대표적인 로컬 문화다. 단순히 도시와 시골 생활의 이분법으로 보긴 어렵다. 오롯이 쉼을 위해 일탈을 선택한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는 낯선 경험이 여행이 되는 로컬 트립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풍부한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지만 31개 시·군별 산발적인 관광자원을 한데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광객의 발길을 모을만한 로컬 문화의 부재도 아쉽다. 이에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조례 제정에 나선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의 합성어로 풀이하자면 지역 문화, 관광 및 자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일컫는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제373회 임시회를 통해 '경기도 청년 여행 감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상정하고 청년들의 참신한 시각과 아이디어로 경기도의 관광산업을 바라보고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특색있는 관광콘텐츠를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관광·여행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관광 창업 및 창직을 위한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어내면서 우리는 여러 불편함을 감내했다. 대신 일상의 소중함 등 여러 교훈을 얻었다. 여행산업 역시 하늘길이 막히며 해외여행은 어려웠다. 이를 대신해 국내 여러 지역의 로컬 문화가 새로이 부각됐다. 매력적인 로컬 문화는 단순히 인위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지역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지역 인프라를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경기도 청년 여행 감독 육성 및 지원 조례안과 함께 올해 첫 시범사업이 전개된다. 과연 그들이 바라보는 경기도의 로컬 문화는 어떨까.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일상들이 청년들에게는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새로운 경험들은 곧 콘텐츠가 될 것이다. 사업 주체인 경기도의 역할도 크다. 단순히 새로움만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속적인 교육 및 지원·소통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과 호흡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민이 원하는 콘텐츠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경기도에는 과거 찬란한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수원화성, 조선왕릉 40기, 남한산성 등도 있다. 아픔이 서린 '다크 헤리티지(Dark Heritage)'도 존재한다. 여기에 1천400만 인구가 머무는 전국 최대 지자체로 젊고 활기찬 산업 동력이 응집해 있다. 이처럼 경기도는 다채로운 관광 인프라와 풍부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경기도의 다양한 문화를 조금 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31개 시·군의 관광 인프라를 한데 잇고 육성할 수 있는 관광 바느질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혜원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