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결에 '탄소중립' 목표
리스크 관리여부 경제 부국 좌우
인천 조기달성 선언… 산림 연구
자연 자정능력 활용한 해법 사용
올해는 해양 이용 '블루카본' 몰두


0037.jpg
권문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장
지난해 유엔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를 언급했고, 이를 입증하듯 EU 기후변화감시 기구에서는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이 14.98 ℃로, 지난 10만년 중 가장 뜨거운 해"라고 발표했다. 이런 결과가 아니더라도, 겨울이 무색하게 한낮 기온이 15 ℃까지 올라가는 등 우리는 이미 이상 기후를 체감하고 있으며, 원인도 알고 있다. 대기 중 탄소 증가 때문이다.

탄소는 왜 많아진 걸까? 탄소는 지구의 생물권, 기권, 암권, 수권 사이에서 순환을 거듭한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지구의 탄소 비율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문제는 축적되어 있던 탄소가 석탄과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대기 중으로 풀려나면서 생겼다. 그렇게 탄소는 '블랙카본'이라는 오명을 쓰고 기후위기의 원흉이 되었다. 그러나 그게 어찌 탄소 탓일까. 산업혁명 이후 문명의 변혁 속도가 지구 기온 상승 속도와 같다는 사실은 기후위기가 인간 탓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2018년 IPCC는 지구 온도 상승 억제 1.5℃를 제안하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화하였다. 더구나 인천은 2045년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선언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 전력의 25%를 담당하는 발전부문을 비롯하여 탄소 다 배출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부문의 배출량 감축이 절실하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은 탄소이용량과 같은 의미로, 감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감축 후에도 남아 있는 탄소를 상쇄해야 중립에 이르게 된다.

탄소의 상쇄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기술적 제거와 지구의 자정 능력을 이용해 흡수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이 있다. 산림 등 육상생태계가 흡수하는 그린카본과 해양생태계에 의한 블루카본이 그것이다.

기술 개발이 필요한 속도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시간·비용·결과를 모두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기반해법이 중요하다. 자연의 탄소 흡수능력은 도시 숲이나 바다 숲 조성을 통해 빠르고 꾸준하게 확보할 수 있어, 탄소 감축 비용을 크게 낮출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의 기후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017년부터 탄소흡수원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천의 도심 내 숲을 기후환경 관점으로 재평가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에너지 자급 건축물(그린빌딩)의 온실가스 저감 효율 등을 연구하였다. 2022년에는 인천수목원 대표 수종별 이산화탄소 흡수량·저장량 산출 및 생태환경적응도 조사를 통해 수목의 탄소흡수량 상위수종을 선정하여 공원 조성 시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2023년에는 도심으로 공간을 확장하여 가로수의 탄소저장량 산정 및 오염물질에 따른 생태환경적응도 평가로 도심의 생태 축 가치 발견 등 인천형 그린카본 연구에 힘을 쏟았다.

2024년부터는 블루카본 연구를 시작한다. 해양생태계의 탄소저장량 추정 및 탄소 거동 연구를 통해 인천이 가진 블루카본의 가치를 수치화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로 인천은 탄소 상쇄 전략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탄소흡수형 연안 및 기후리스크 대응 차원의 해안 조성 등 기후위기 해결형 지역 개발의 토대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IRA법, EU의 탄소국경 조정제도는 블랙카본에 관세를 부과하여 탄소중립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으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업무계획에 환경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정의하고, 탄소중립에 의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기후리스크 관리가 곧 경제 부국이 되는 시대임을 반영한 것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탄소리스크 관리 여부에 따라 지자체 시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탄소중립은 지구나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생존 문제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인류 존재와 번영의 에너지원인 탄소는 억울하다.

/권문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