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증거, 핵심증거로 타재판 진행
재판부마다 판단 달라 매우 이례적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수수 의혹’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1심 판결이 지역 정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해 무죄가 선고됐는데, 이 ‘위법수집 증거’가 핵심 증거로 활용되는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 대표에게 지난 9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전당대회 돈 봉투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구속 상태에서 휴대전화 3대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과 관련해 “이정근이 휴대전화 3대 안의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 범위 제한 없이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돈 봉투 관련 공소 사실에 대한 증거를 포함해 적어도 이정근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중 알선수재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절차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물”이라며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과 달리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다른 민주당 국회의원 사건에서는 녹음파일이 핵심 유죄 증거로 인정받았다. 윤관석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고, 윤 전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만·허종식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증거를 두고 재판부마다 판단을 달리 한 것이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이미 대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돼 유죄로 인정됐음에도, 1심에서 위법수집 증거로 보고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며 “추후 검찰이 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것이고, 이는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증거가 위법이라는 판단이 나옴에 따라 관련 사건의 무죄 판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윤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증거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적법성을 다투지 않았지만,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남아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