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억누를 위험”

대법서 환송후 최종 판결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기업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칠을 한 활동가들에게 재물손괴죄를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7형사부는 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 A씨와 활동가 B씨에게 재물손괴 유죄를 판결한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기존 300만·2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150만·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2월 성남시 분당구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앞에서 ‘베트남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DOOSAN’ 조형물에 초록색 수성 페인트를 칠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겉으로는 ESG경영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는 등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행한다며 비판하는 취지였다.

1심은 집회시위법 위반과 재물손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활동가들에게 각각 300만·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2심도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익에 헌신한다 하더라도 그 활동은 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스프레이를 분사한 후 바로 세척한 행위에까지 재물손괴를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위험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물로 세척이 가능한 수성 스프레이를 사용했고, 실제 세척하는 등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원지방법원은 대법원의 환송판결 취지에 비추어 원심을 파기하고 재물손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보미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최근 기업의 반생태적인 활동에 문제제기를 하는 환경단체나 활동가들에게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민형사상 소송을 걸어 기후행동을 ‘봉쇄’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기업의 무리한 소송제기가 기후 활동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걸 인정한 판결”이라고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