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전 부담감에 실내 찾아

학생들도 “지루”… “교육 맞나”

최근 찾은 수원시 화서동의 한 대형쇼핑몰. 매장 문이 열리기 10분 전, 출입구는 평일 낮답지 않게 인파로 북적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이 ‘오픈런’을 기다리는 어른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개장 이후 쇼핑몰 안쪽 상황도 마찬가지다. “얌전히 두 줄로 서라”고 외치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와글와글하게 모여 있는 중학생들이 보였다. 이날 경기도내 학교 2곳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봄철 현장체험학습이 대형 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야외 현장체험학습 도중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고에서 교사의 책임이 인정되면서, 안전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익숙한 교실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오히려 지루한 기색을 보였다. 쇼핑몰은 평소에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일뿐더러, 특성상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부족해서다.

쇼핑몰 내부를 둘러보니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한 곳을 제외하면 의류 매장이나 고가의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푸드코트를 맴돌거나 엘리베이터 앞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스포츠 테마파크 일정이 끝나면 근처 PC방에 가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생 이모(14)양은 “반 친구들은 여수나 경주에 가고 싶어 했다”며 “선생님이 버스를 타고 멀리 가기는 어렵다면서 가까운 곳으로 투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일형 체험학습은 마땅한 체험처를 찾기가 어려운데 안전 부담까지 생긴 상황”이라며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적은 쪽으로 찾다 보니 실내나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경제나 시장 순환을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쇼핑몰 체험학습은 교육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 밖에서 함께 배운다’는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교사들의 안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매뉴얼이나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