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이사회 “신설 실익 없어”
하위인 인사규정 개정으로 전환
“제도 개선 출발점” 반발 커질듯
정부의 대학 평가 지표를 맞추기 위해 고용된 이른바 ‘숫자 채우기용 교수’ 논란(3월26일자 7면 보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비정년트랙 교수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 등을 명시한 경기대학교 정관 신설안이 지난달 이사회에서 부결된 가운데, 일부 이사들이 “차별 아니다”, “실익 없다”며 제도화 자체를 거부한 사실이 회의록을 통해 확인되면서다.
14일 경인일보가 확보한 ‘학교법인 경기학원 2025학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이사들은 정관 제43조의6 신설에 우려를 표했으며 논의 끝에 해당 안건은 지난달 25일 열린 회의에서 부결됐다.
정관 제43조의6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전문영역 중점교원)의 일반교원(정년트랙) 전환 가능성을 정관에 명문화하려는 내용이다.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이를 정관에 명시하고자 하는 이유는 정관은 대학 내 최고 규정으로 교원인사규정 등 하위 규정 개정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A이사는 “자기 조건에 맞춰 임용됐을 텐데 어떤 점이 차별인지 의문”이라고 했으며, B이사는 “정관에 전문교원이라는 용어가 없는데 굳이 넣을 필요성이 있는가”라고 언급했다. C이사는 “정관에 반영돼야 할 실익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정관 명문화보다는 하위 규정인 교원인사규정 개정으로 방향을 우회했다. 이를 두고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정관이 아닌 하위 규정으로 전환 논의를 한정하는 것 자체가 제도화를 회피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한 비정년트랙 교수는 “정관이 바뀌지 않으면 인사규정도 바뀔 수 없고 결국 제도화되지 못한다. (이사회 부결은) 제도화의 출발점이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가 주장한 ‘실익 없음’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경기대는 비정년트랙 교원을 대거 채용한 2015~2020년 동안 이들이 교과·비교과 프로그램 전반에 참여하며 대학평가 실적을 올렸고 이를 통해 정부 재정지원 성과를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도내 다른 사립대와의 연대 가능성도 나오는 등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또 다른 비정년트랙 교수는 “경기 남부권 대학의 전문교원들과 연대를 논의 중”이라며 “학내 차원을 넘어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이 정해진 게 아니다. 일단 이번 주 내로 학내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수원시 이의동 경기대 본관 앞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규탄하고 정관 제43조의6의 재상정을 촉구하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