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테드가 계약한 지반조사 선박
일부 보상 요구·자료 제출 거부로
옹진군 행정절차 지연 ‘무한 대기’
기업측 “원만한 합의 노력하겠다”

글로벌 해상풍력 발전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가운데 인천 앞바다에서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인천 사업자 중 가장 규모가 큰 해상풍력 업체 ‘오스테드’는 옹진군의 행정 절차 지연으로 유럽에서 불러온 전문 선박을 사용도 못 하고 있다.
1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스테드가 계약한 네덜란드 국적 해양환경조사 전문 선박이 최근 국내에 도착했다. 이 선박은 지난 15일 지반조사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오스테드의 국내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면서 대기 상태다.
현재 인천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업체는 오스테드(1천404㎿), OW코리아(1천125㎿), 한국남동발전(640㎿), 굴업풍력개발(256㎿) 등 4개사다. 또 인천시를 포함한 7개 기관·업체가 14개 지점에서 해상풍력을 위한 풍황자원을 측정 중이거나 완료했고, 6개 업체는 7개 지점에 계측기 설치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발전량의 해상풍력단지를 계획 중인 오스테드는 인천 해상풍력 사업 선두 주자로 꼽힌다. 2023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얻었고 이듬해 2월 인천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해 8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돌입했다.
환경영향평가 일환인 지반조사는 풍력발전기의 하부 구조물과 송전망(해저케이블) 설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한 항목이다. 해양수산부의 해양과학조사 허가를 비롯해 케이블 설치 해역을 관할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옹진군, 중구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필요하다. 이들 기관 중 옹진군만 일부 어민의 민원을 이유로 점·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인천 해상풍력 사업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어업·주민단체는 모두 27개다. 이 중 6개 어업단체가 오스테드 지반조사에 반대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어선 위치발신장치’(V-PASS) 기록을 어민들에게 받아 실제 조업 자료를 확인하고 어업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어민들은 조업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유럽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한 전문 선박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이유다.
옹진군 해양시설과 관계자는 “일부 어민 반대로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수협을 통해 민원인들이 조업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안내했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해상풍력 사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쉘(Shell) 코리아’는 지난해 울산에서 진행 중이던 해상풍력사업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한 영국 석유기업 ‘BP’ 역시 최근 남해안에서 개발 중인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인천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업체 4곳 중 오스테드와 OW코리아는 외국계 회사다. 이들은 그동안 발전사업 허가에만 3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했다. 그나마 사업 속도를 내던 오스테드마저 매몰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른 해상풍력 업체들도 국제 정세와 맞물려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스테드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인천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어민들과 원만한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