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담뱃값 인상 타당성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흡연자는 인상에 대해 반대하고, 비흡연자는 인상에 대해 찬성하거나 무관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부처간에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만큼 담뱃값 인상은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것 이상의 논쟁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쟁만큼이나 담배 그 자체에 대한 유익함과 해로움도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여기서는 담배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담배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비록 담배가 해로운 존재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기호식품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증가해 온 흡연 인구를 보면 사람들의 담배 사랑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담배는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도구인 면도 있으며, 과학적 근거는 약하지만 식사 후에 일종의 소화촉진 역할까지도 한다는 믿음을 흡연자들에게 심어 주었다. 이 뿐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일종의 멋으로까지 각색하는데 성공(?)하여 남자의 전유물에서 여자의 기호식품으로까지 확대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이것은 담배로 인한 남녀차별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남녀평등에 일조했다는,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런 류(類)의 비화된 추측도 가능케 한다.
담배의 부정적인 면은 말할 나위 없을 정도로 주지되어 있다. 먼저 40가지 이상의 암 유발 물질과 4천여가지의 화학성분이 들어 있어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폐암, 관상동맥심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폐암 발생 90% 이상, 각종 암 발생 3분의1 이상이 담배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년 동안 선진국은 200만명 이상, 개발도상국은 100만명 이상이 흡연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해 동안만 1천만명 이상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환경보호청은 직접 흡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조차도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이다. 결국 비흡연자도 암에 걸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닫힌 공간에서의 흡연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피해가 훨씬 커진다고 한다. 건물 내에서 완전 금연을 선언한 소위 '금연빌딩'이 늘어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흡연은 알코올, 마약등과 함께 21세기 유행병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1년에 전 세계적으로 2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160조원의 손실을 가져오며 우리 나라만 해도 3조원에 가까운 의료비와 재정손실을 가져온다. 이제 흡연은 유행병을 넘어 경제를 뒤흔드는 존재가 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나라 흡연인구 중 매년 10만명 정도가 금연대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보다도 더 높은 우리의 청소년 흡연율로 사회적 걱정이 많던 차에, 금연인구 증가는 고무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확실히 담배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착각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청소년은 흡연이 멋있고 어른이 된 듯한 착각, 기성세대는 흡연은 곧 정신집중과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착각 속에서 흡연은 마치 유령처럼 우리 주변을 맴돈다는 생각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은 3분 정도라고 한다. 3분만 지나면 흡연욕구가 사라진다고 하며 3분의 짧은 순간을 견디는 습관을 기르도록 조언한다.
담배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명확히 안 이상, 우리는 3분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흡연자 본인은 물론, 온 사회가 건강한 삶으로 함께 살아갈 것을 소망한다./권원기(신흥대교수·소비자연맹 경기지회장)
담배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입력 2003-08-14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8-14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