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이 경기남부만큼 꼭 들어맞는 지역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늘어선 판교와 분당신도시, 수지·죽전·흥덕·영통지구, 동탄신도시 등은 물론, 1번 국도 부산방향으로 안양·의왕·수원·오산·평택시를 거쳐 충남 천안시까지 끊이지 않고 연결된 시가지는 도시연담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시연담화의 표본=영국의 패트릭 게데스(Padrick Geddes)가 '진화속의 도시'란 저서를 통해 거론한 도시연담화는 도시가 확장되며 다른 도시와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두 도시가 뭉쳐 새로운 도시로 거듭난다는 이 논리가 택지개발이 집중된 경기남부에서 제대로 구현됐다.
지난 1981년 이후 지정된 도내 택지개발지구 184곳 가운데 수원시(21)·성남시(6)·용인시(18)·평택시(18)·화성시(11) 등 경기남부 5개 시에 3분의 1이 넘는 74개 지구가 몰려 있다.
이중 수원시는 도내 시·군 중 택지개발지구가 가장 많은 곳이고, 성남시는 지구수는 적지만 분당과 판교라는 거대한 택지개발지구를 가졌다.
면적으로 봤을 때도 경기남부에는 동탄2·분당·고덕·광교신도시 등 거대 지구들이 밀집됐다. ┃표2 참조
지구수가 많고, 면적이 큰 지구들이 즐비한 경기남부에 앞으로 위례신도시까지 건설되면 연담화로 인한 '개발벨트'는 더욱 광대해진다.
■무너진 녹지=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연담화를 위한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잇단 개발로 만만한 땅이 희소해지자 결국 눈이 돌아간 곳이 녹지였다.
대도시의 과도한 팽창을 방지하는 그린벨트가 오히려 공공택지로 바뀌는 모순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박정희 정부 당시 남단녹지로 지정돼 서울시와 경기도의 연담화를 막았던 판교가 대표적이다.
논란 속에 서울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판교가 낙점됐고, 서울과 분당을 잇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판교가 개발되며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의 아파트값이 폭등, 지난 2006년 정부가 판교 택지공급을 중단한 사례는 도시연담화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판교뿐 아니라 광교신도시, 위례신도시도 녹지에 들어서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도 그린벨트를 해제한 자리에 세워져 도시연담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도시연담화의 득실=지방의 소도시들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는 도시연담화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연담화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환영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마다할 이는 없다. 반면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의 도시연담화는 교통·교육·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를 불렀다.
심각한 교통난은 제2경부고속도로, 제2서해안고속도로, 용인∼서울간 민자고속도로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의 역점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배경에도 도로로는 극복할 수 없는 교통문제의 심각성이 자리잡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이 수년째 씨름하고 있는 학교용지부담금도 결국은 개발 규모에 따라 초·중·고를 신설해야 하는 택지개발사업이 원인을 제공했다. 녹지 등의 유실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역시 충분히 감지되는 문제점이다.
따라서 수요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행해지는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실질적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연담화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도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라며 "이는 폐가 하나인 사람이나 스페어 타이어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