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경인일보=]경제자유구역법을 보면 외국인투자촉진이 주요 목적으로 되어있고 국내기업에 대한 특혜나 규제완화 조치는 거의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투자 유치를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으로 알고 있고 시와 정부의 정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제청은 외투기업(외국인투자기업)과의 계약을 중요한 성과로 발표하고 밖에서도 외국인투자 금액의 과다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과를 비판한다. 자유무역지역과 송도테크노파크에는 국내중소기업도 입주해 있는데 외투기업만 나타난 자료를 보는 외부 전문가들에겐 이들은 유령기업이다.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동일시하고 심지어 외국인투자유치를 지상과제처럼 여기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지만 과연 이런 견해가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투기업에만 적용되는 경제자유구역의 특례 때문에 국내기업은 역차별을 받는데 이들에게는 수도권규제가 적용되므로 경제자유구역에 관한 한 국내기업은 이중의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제특구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는 국내외 기업을 동등 대우하고 있으며 여타 선진국을 보더라도 자국기업에 대해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외투기업에 특혜를 주었던 중국도 그 폭을 크게 줄여가고 있다. 일부 사회주의국가나 개발도상국이 외국자본에 특혜를 주는 사례가 있으나 본질은 외국기업에 대한 우대가 아니라 외국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해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자국시장이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자국기업에 역차별을 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외국인투자유치의 현실성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제한된 목적의 단지가 아니고 다양한 기능이 공존하는 지역 또는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지역 전체를 외국인과 외투기업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한국의 경제규모와 경제성장 단계를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자국의 산업기반이 약하고 지가와 임금이 낮은 국가에서는 외투기업 전용 제조업단지를 조성하는 정책이 현실성이 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그 모델을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입지 여건이 뛰어나 토지의 기회비용이 높고 쾌적한 환경의 주거 및 업무 기능이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양산형 공장의 적지가 아니다. 비즈니스서비스와 IT, BT 등 첨단산업분야의 R&D기능이 핵심을 이루어야하고 제조업은 벤처집적시설에서 수용 가능한 공해가 없고 규모가 작은 형태가 주를 이루어야 한다.

대기업과 대학과 연구소가 앵커기능을 하고 여기서 많은 기업들이 분리신설(스핀오프)되는 것이 이상적인데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기업가가 될 확률은 극히 낮다. 사실 외투기업에도 종사자들의 대다수는 내국인 아닌가? 외국의 혁신클러스터를 보면 자국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대만의 신주과학공업단지도 외국기업의 비중이 15% 미만이며 감소 추세에 있다.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 유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큰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고 사무실에 입주하는 것이므로 그런 본부가 수십 개 들어온다고 해도 큰 빌딩 한두 개면 수용 가능하다. 이런 비즈니스서비스 업종은 집적의 편익이 중요하므로 이미 기존의 집적이 활발한 곳에 입주하려한다. 훨씬 많은 수의 국내기업의 집적이 이루어져 있지 않으면 이들을 유치하기 힘들다.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 유치는 국제업무 지역의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만큼 해당 지역이 활성화되어 있고 기업환경이 좋다는 지표로서의 의미가 크다.

외투기업의 유치는 장점이 많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과제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하기 좋은 물리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외투기업의 유치는 그 수단 중의 하나이거나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수반되는 성과의 일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기업이 다수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국내기업에 대해 역차별을 하고 외투기업의 유치와 외자유치 규모에만 집착하면 앞으로도 계속 소모적인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