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최근 미소금융이 대출업무를 시작하면서 상담과 대출창구가 크게 북적거리고 대출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 많은 신청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예전에도 집 없는 서민들과 영세 상공인들은 금융기관 대출창구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는 일부 시중은행과 상호신용금고(현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계 또는 부금 형태로 적금을 부어가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은 모두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였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후 살아남은 상호저축은행들도 주택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업무에 중점을 두면서 서민금융 기반이 극히 취약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많은 서민들과 영세 상인 등은 제도금융권 접근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살인적 고금리를 부과하는 대부업체나 사채업체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대출지원에 이은 '미소금융'의 출범은 아주 환영할 만한 조치로,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일 것으로 여겨진다. 미소금융사업은 향후 10년간 재계기부금 1조원, 휴면예금 7천억원을 포함한 금융기관 출연금 1조2천55억원 등 총 2조2천55억원을 재원으로 저소득층의 생계형 창업이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올해 초 지역신용보증재단이 1조2천500억원 규모로 신설한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의 경우 대위 변제율이 1.3%에 그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소금융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향후 서민들의 생활안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소금융과 같은 소액 무담보대출 형태의 마이크로 크레딧은 주로 인도, 방글라데시 등 저소득국가에서 취급하고 있는 대출이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대에 있고 G-20 정상회담 개최국가이며 선진 금융기관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금융과 복지가 혼합된 미소금융을 장기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 금융기관들이 지향하는 금융선진화는 첨단 금융기법의 도입·운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예금·대출업무 다기화와 고객밀착형 금융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다.

금번에 재원을 출연하여 미소금융에 참가하게 된 금융기관들이 사전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서민금융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면 기존 제도금융권내에서도 서민 소액대출이 보다 활발했을 것이고, 더구나 비금융회사인 대기업들이 소액금융을 취급하는 상황까지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기존의 담보·보증 위주, 우량고객 중심의 대출행태에서 벗어나 심사기법의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신용대출을 취급해 나가야 하며, 이를 통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서민들이 느끼는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므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업무행태를 개선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 진정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책당국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경우 지역밀착형, 서민밀착형 금융기반 확충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신용보증재단 및 미소금융 이용자들은 차입자금의 상환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금융회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