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BT 허브가 조성될 지역은 송도가 사실상 유일하다. 영종은 관련 계획이 별로 없는데다가 사유지를 수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제공에 한계가 있고 청라는 규모가 작다. 송도에서도 5·7공구와 11공구가 첨단산업의 혁신클러스터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곳이다. 그러나 5·7공구는 이미 상당 부분 얼개가 짜여 있으므로 매립을 앞둔 11공구의 기능에 대해 심층적인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11공구는 조류대체서식지 조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매립면적이 줄어서 활용할 면적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토지의 조성원가는 낮지만 가치는 높으므로 이를 감안한 계획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고밀화를 추구해야하고 부지 단위면적당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장은 첨단업종이라도 배제하는 것이 옳다. 저밀의 R&D 단지를 만들기 어렵고 많은 땅을 필요로 하는 양산형 공장을 유치하는 것 역시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송도 11공구가 지향할 모델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절하다. 성공적인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서는 대학, 대기업 및 공공연구소, 지원조직, 혁신형 중소기업 등의 군집과 연계가 필요한데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기존 공단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쾌적성과 주변 정주여건이 떨어지고 기반시설도 부족한 편이며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대덕은 연구기반은 우수하지만 비수도권인 약점이 있는데다가 창업 여건이 불리하다. 송도는 이미 5·7공구에 많은 대학이 들어설 예정이고 송도테크노파크도 있으므로 11공구는 국내외 대기업 연구소와 혁신형 중소기업의 집적지로 육성하고 중소기업은 아파트형공장 같은 벤처집적시설에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스핀오프기업이 발생하고 이들과 기타 혁신형 중소기업이 연구 및 시제품 생산-소규모 생산단계를 거쳐 양산이 가능한 단계로 정착하면 송도 밖의 주변지역에 공장을 짓고 송도는 본사 및 연구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성공적인 발전경로로 보인다.
첨단산업분야의 공장이 빨리 들어서면 좋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11공구의 산업 및 연구개발 용도 면적은 약 60만평 규모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보다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조성원가가 낮으므로 조성원가에 공급하는 한 개별기업의 부지 수요는 적정규모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넓은 면적으로 분할해서 제조 기업에 직접 분양하는 형태로 개발하면 11공구의 개발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실제 경제활동 규모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보다 미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명색이 첨단산업허브를 지향하면서 그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내외 기업을 구분하지 말고 앵커기능을 할 수 있는 대기업 및 공공연구소를 유치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은 부지의 직접 분양 대신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시켜 집적효과를 높이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쉽게 말하면 11공구에 관한 한 조성원가로 서둘러서 외투기업이나 몇몇 기관에 분양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대기업 연구소와 아파트형 공장부지는 원가 이하에라도 부지를 일부 공급해야하고 시간이 조금 경과하면 나머지 땅은 제값을 받고 팔아서 과수요를 막는 돈도 벌고 질도 높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벌자고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입은 지역의 인프라에 재투자하여 기업에 돌려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