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경인일보=]'쇠퇴하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100명의 정치가도 예술가도 아니고 바로 기업가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창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창업을 하고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나 하나를 잘 책임지면 되지만 창업을 하면 나 하나가 아니라 여러 사람을 책임져야 하고 기업이 커질수록 책임도 더 커진다.

창업시장에서 올해의 화두는 단연 베이비붐 세대다. 은퇴후 2막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이들중 상당수가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큰 기업에서 수천명을 호령하던 임원들조차 작은 사업체 하나 창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퇴직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일까. 막연히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지 사실 두려움의 실체는 모호하다. 무엇이 두려운가. 업종의 미래가? 경쟁자의 공습이? 직원이 속썩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사실 창업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외부의 두려운 요인들을 수백가지 나열해도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창업에 앞서 점을 보는 사람도 많고 나쁜 꿈을 꾸면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 얼마전에 퇴직자 M씨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점포 오픈이 얼마남지 않은 그가 올해 토정비결을 봤는데 점괘가 너무 나빠서 지금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연기할 수 없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틀동안 연락도 안 되던 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너무 걱정이 돼 신내린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그는 올해 시작하는 사업이 계기가 돼 M씨가 55세를 넘어서면 큰 부자가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불과 이틀 사이에 그의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는 완전히 달랐다.

점집을 찾는 창업자들은 정해진 운명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좋은 점괘가 나오면 기뻐하고 희망에 가득 차고 나쁜 점괘가 나오면 마음속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점괘가 맞고 안맞고를 떠나 그것은 플라시보 효과같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는 자신을 정복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점이나 꿈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나쁜 꿈조차, 나쁜 운명조차 이겨내리라는 단단한 각오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현재 큰 성공을 거둔 사람중에는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성공이 상상조차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기숙사에 방이 없어서 친구들의 방에서 잠을 자야했던 스티브잡스는 전세계를 대표하는 창조적 CEO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는 1980년대 말만 해도 신림동의 작은 음식점에 불과했고 CEO의 학력도 보잘것 없었지만 김순진 회장은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을 성장시켰고 중년이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유니클로 회장 야나이 다다시는 허름한 양복가게에서 초라하게 출발했지만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됐고 CEO란 절대로 비관적·부정적인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긍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성공이 그들의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