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공약을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전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가 싸워야 할 전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이 전쟁은 올해 미국 정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중간선거에 이라크 전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의 또 다른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을 촉발시키는 결정적 계기인 9·11 테러가 벌어진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되었다. 뉴욕의 온건파 이슬람교도들은 여기에서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코르도바 하우스(Cordoba House)로 명명된 13층 규모의 이슬람 문화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독교 신도들은 이 문화원 설립이 9·11을 일으킨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합리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 계획의 철회를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다.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코르도바가 스페인을 정복한 이슬람 정복자들의 수도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사리 페일린도 보수 정치단체인 티파티(Tea Party)를 중심으로 전국적 차원에서 공화당원들의 반대를 조직화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이 계획이 합법적 절차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반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과 같은 저명한 유태인 지식인들도 코르도바 하우스 건립 반대가 유태인 차별과 같은 인종차별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뉴욕 92번가에 있는 유태인 문화센터가 반유태주의를 약화시킨 것처럼 코르도바 하우스도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를 억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논쟁이 전국적 문제로 발전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는 블룸버그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다. 시카고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친 적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영국의 종교 탄압을 피해 미국에 온 청교도들의 건국이념인 종교의 자유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 회의적이다. 퓨(Pew)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오바마 대통령이 기독교도가 아니라 이슬람교도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 이름이 후세인이라는 사실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오는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슬람은 종교 문제라기보다는 경제문제였다. 이슬람 국가들이 보유한 석유와 천연가스, 사회간접자본의 건설과 플랜트 수출, 이슬람 금융상품을 통한 자본 유치등등.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이슬람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무풍지대는 아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필리핀 등 중동지역에서 기독교 선교를 하다 공격받거나 체포된 우리 국민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올해에는 이슬람 국가인 리비아 및 이란과 외교적인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인 동남아시아에서 이민을 온 다문화 가정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슬람교도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이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다문화 가정을 포용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도 종교로서 이슬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