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그 신문사가 작심하고 일을 벌이고 있다. 어려운 이 시국에 연봉 7천만 원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는 유성기업 사태를 단단히 손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경제단체들은 당연히 반색이고,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연봉이 7천이라네요'라며 기름을 붓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 상황을 철모르는 행동으로 못을 박아버렸다. 한국경제를 만들고 끌어가는 범주류세력이 총동원되어 코리안스탠더드, 한국판 경제정의를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연봉 7천만 원. 이 수준이면 전국 최상위권이다. 2010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어가 보자. 신한지주 9천800만 원, 삼성전자 8천640만 원을 선두로 직원 평균 연봉이 7천만 원 이상 되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SK텔레콤은 6천400만 원, 포스코 6천100만 원이다. 유성기업이 제출한 사업보고서 상의 평균 연봉은 5천710만 원이다. 여기에는 매달 80시간의 잔업특근, 심야근무, 휴일근무 수당에 경조사 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계산에 포함하면 안 되는 퇴직 적립금까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본봉에 기본수당을 더한 기본급은 월평균 172만 원이다. 이것이 유성기업 연봉의 팩트다.
직장을 선택하고 일을 하는 건 임금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업무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효용이라는 단위로 통일하여 의사결정의 논거로 삼는다. 일본 원전사고 터에서 일을 하면 일당이 600만 원이 넘지만 생명의 위험을 생각해서 일을 하지 않는 건, 혹시 위험해질 수 있는 목숨과 관련된 마이너스 효용의 크기가 600만 원이 주는 플러스 효용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삼성전자에 계속 다녔다면 지금 내가 받는 연봉의 곱절이 넘었을 것이다. 지금도 잘나가는 반도체부문 소속이었으니 성과급과 이지가지 혜택을 셈하면 상당할 터. 하지만 난, 한 때 최저생계비 수준의 수입으로 힘든 적이 있었지만 삼성을 나온 걸 후회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돈만 있다고 세상살이가 행복한 건 아니지 않은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까지 무시할 수 있는 연봉 7천만 원, 한국의 핵심 지도층들이 이참에 한국사회에 불문율로 굳혀버리고 싶은 코리안스탠더드의 팩트다.
최근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고엽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진상을 밝히라 하고 오염처리와 보상이 거론될 것이다. 환경오염하면 곧바로 따라붙는 것이 오염자 비용부담원칙이다. 오염을 일으킨 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오만가지 교과서에 다 나오는 글로벌스탠더드이다. 연봉 7천만 원이면 파업하지 말라고 주창하는 그들이 글로벌스탠더드를 받아들일지, 주한미군용 고엽제스탠더드를 창안할지 살펴볼 일이다. 소년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