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인일보=]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금리인상, 재정축소 등 긴축정책으로 물가인상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권고하고 나섰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던 금리를 단기간내 정상수준으로 올려야만 경기 과열 및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국가의 금리인상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우 신속한 기준금리 인상과 재정지출 감축 없이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을 겪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신흥국 인플레이션은 7%에 육박하고 있고 식료품, 에너지는 물론이고 상품 가격까지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물가불안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지진, 중동 민주화 운동 등이 세계경제성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인플레 압력에 직면한 국가들의 금리인상으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OECD는 미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2.8%에서 올해 2.6%로, 중국 10.3%에서 9.3%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했던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세계경제가 진입하고 있다.

지난주 금융통화당국은 3개월 만에 0.2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수요 압력, 국제유가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기회복세를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고, 향후 물가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앞으로 당분간 지난 10여년과 같은 저인플레이션 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기름값과 원자재 국제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세계의 공장'으로 저렴한 공산품을 제공했던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했고, 중국의 물가와 공산품 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임금 인상 및 내수 증가로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있고, 중국의 식품 소비 증가로 세계 곡물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우려했던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물가 인상은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이는 향후 세계경제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개방 이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저임금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임금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간 25% 인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금융위기로 선진국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지게 됨에 따라 중국의 저임금 매력이 상당부분 상실되었다. 명목임금으로 보면 중국의 노동력이 여전히 싸지만 노동생산성,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에 투자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국내에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향후 중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 진출용 생산시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기지 재배치를 가속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가 중국이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지 내수시장 진출보다는 제3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중국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을 것이지만, 인력과 자금력 면에서 열세이고 임금 인상에 고전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제3국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고, 내수시장 진출에도 심각한 장애물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점으로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누렸으나, 이제 중국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도 국내로의 유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해외이전으로 산업공동화 문제를 겪었는데,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우리 노동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생산기지로 택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노사문화도 합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