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고리, 코고리, 입술고리 등 그의 피어싱(piercing) 패션을 보면 속이 왈칵 뒤집힌다. 양쪽 콧방울과 입술에 허연 코딱지가 붙은 거 같기 때문이다. 길거리 건달 로드(road)먼이 아닌 키 204㎝의 '장대(Rod) 사나이', 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로드먼 말이다. 그가 네 번째 방북, 김정은 생일파티에서 '해피 버스데이'를 불렀고 천만원이 넘는 선물을 김정은 부부에게 안겼는가 하면 그 전날인 7일 CNN 인터뷰에서는 '독재자 운운'에 화를 내며 욕설과 함께 조카뻘 나이의 김정은을 '최고 친구' '위대한 지도자'라고 옹호했다. 그런데 지난 12월 25일자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루어더만(羅德曼→로드먼)의 방북(訪朝)은 돈과 성 접대 등 특별 복무(服務)를 받기(接受)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그는 김정일 때도 방북, 이번이 도합 7번째다.

안토니오 이노키(猪木)라는 '돼지(猪) 막대기(木)'는 또 뭔가. 유별나게 튀어나온 주걱턱이 특징인 190㎝ 115㎏의 전 프로레슬링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자 1976년 6월 26일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프로권투 헤비급 세계 챔피언,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그 무하마드 알리와 세기적인 대결을 벌였으나 싱거운 무승부로 끝난 그 사내 말이다. 일본유신회 소속 참의원이기도 한 71세의 그는 친구인 김정일의 호출로 툭하면 달려갔었다. 작년 11월에도 방북, 2인자 장성택을 만났고 그게 처형 직전 장성택의 마지막 공개석상이었다지만 그가 오늘 또 북한에 간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27번째다.

김정일처럼 정은 또한 해외 유명 스포츠맨을 좋아하고 스키장을 만들고 연예 음악을 즐기는 등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2012년 1월 1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이 15일 당 간부들과 신년음악회를 감상했고 김총서기도 생전에 간부들과 음악 공연을 빈번히 감상했다. 음악정치를 계승한 것'이라고. 음악정치, 스포츠정치를 이어받았다는 소리다. 퍼스트레이디도 그렇다. 김정일의 처(정은의 생모) 고영희는 평양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고 정은의 아내 리설주는 은하수관현악단 가수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참으로 괴상한 나라의 김씨 왕족이 아닐 수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