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5위 이끈 박태환·김윤희 등
市 긴축재정 탓 타도시 유출 우려
선수 육성·생활체육 통합 목소리


인천시가 지난 3일 폐막한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의미있는 성과물을 내놨다. 종합 순위에서 당초 목표보다 두 계단이나 높은 5위에 올랐고, 광역시 가운데 부산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 체육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영입했던 우수 선수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 시의 재정난으로 인해 선수 수급은커녕 있던 선수들도 타 시도에 내줄 판이기 때문이다. 인천이 이번 대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체육계 일각에선 이참에 인천 엘리트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기대 이상의 선전

인천은 이번 체전에서 금 77, 은 59, 동 79개로 종합점수 4만635점을 따내며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목표로 내건 종합 7위보다도 두 계단이나 높은 성적이다.

또 기대도 않던 부산까지 넘어서며 광역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숫자로 보면 개최지 가점이 적용됐던 지난해 인천 전국체전(금 74, 은 60, 동 117)보다도 많다.

대회 전에는 당초 목표였던 종합 7위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시 선수단의 금빛 승전보가 쏟아졌고, 막판에는 구기종목까지 선전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특히 검도, 조정, 스쿼시, 복싱이 종목별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양궁, 카누, 하키, 핸드볼(이상 2위), 산악(3위) 종목도 선전했다. 레슬링의 경우 금 5, 은 3, 동 12개로 지난해 인천 대회(금 1, 은 5, 동 16)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마린보이' 박태환, 복싱 신종훈, 육상 여호수아(이상 인천시청), 요트 하지민(인천시체육회) 등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은 단연 돋보이는 기량을 선보였다. 양궁의 경우 세계신기록 1개, 대회신기록 3개, 타이기록 1개를 수립하는 등 기록 경신에 있어서도 수확이 좋았다.

■ 앞으로가 문제, 기로에 선 인천 체육

인천 체육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시가 고강도 긴축 재정을 예고, 선수·지도자 구조조정이나 일부 팀 해체 등이 예상된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체육회와 인천시청 운동부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약 12~13% 삭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도 올처럼 감액 추경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시체육회는 우수 선수 유치는 고사하고 계약이 만료되는 스타급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할 처지다. 일부 선수에게 군 입대를 권유하는 등 40~50명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종목별 전력 누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수영 박태환, 체조 김윤희, 요트 하지민 등 스타급 선수들의 계약 기간도 끝난다.

김도현(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총감독도 총평에서 "앞으로는 외부에서 우수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대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초·중·고교, 대학, 실업팀이 잘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인천 체육에 대한 새 판 짜기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인데, 이는 시 재정난과 맞물린 고육지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언제까지 종합순위 성적에 연연해야 하느냐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과거처럼 전국체전에서 몇 등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며 "최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에 대한 통합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도 큰 틀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