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긴축재정 탓 타도시 유출 우려
선수 육성·생활체육 통합 목소리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영입했던 우수 선수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 시의 재정난으로 인해 선수 수급은커녕 있던 선수들도 타 시도에 내줄 판이기 때문이다. 인천이 이번 대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체육계 일각에선 이참에 인천 엘리트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기대 이상의 선전
인천은 이번 체전에서 금 77, 은 59, 동 79개로 종합점수 4만635점을 따내며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목표로 내건 종합 7위보다도 두 계단이나 높은 성적이다.
또 기대도 않던 부산까지 넘어서며 광역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숫자로 보면 개최지 가점이 적용됐던 지난해 인천 전국체전(금 74, 은 60, 동 117)보다도 많다.
대회 전에는 당초 목표였던 종합 7위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시 선수단의 금빛 승전보가 쏟아졌고, 막판에는 구기종목까지 선전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특히 검도, 조정, 스쿼시, 복싱이 종목별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양궁, 카누, 하키, 핸드볼(이상 2위), 산악(3위) 종목도 선전했다. 레슬링의 경우 금 5, 은 3, 동 12개로 지난해 인천 대회(금 1, 은 5, 동 16)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마린보이' 박태환, 복싱 신종훈, 육상 여호수아(이상 인천시청), 요트 하지민(인천시체육회) 등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은 단연 돋보이는 기량을 선보였다. 양궁의 경우 세계신기록 1개, 대회신기록 3개, 타이기록 1개를 수립하는 등 기록 경신에 있어서도 수확이 좋았다.
■ 앞으로가 문제, 기로에 선 인천 체육
인천 체육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시가 고강도 긴축 재정을 예고, 선수·지도자 구조조정이나 일부 팀 해체 등이 예상된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체육회와 인천시청 운동부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약 12~13% 삭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도 올처럼 감액 추경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시체육회는 우수 선수 유치는 고사하고 계약이 만료되는 스타급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할 처지다. 일부 선수에게 군 입대를 권유하는 등 40~50명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종목별 전력 누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수영 박태환, 체조 김윤희, 요트 하지민 등 스타급 선수들의 계약 기간도 끝난다.
김도현(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총감독도 총평에서 "앞으로는 외부에서 우수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대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초·중·고교, 대학, 실업팀이 잘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인천 체육에 대한 새 판 짜기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인데, 이는 시 재정난과 맞물린 고육지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언제까지 종합순위 성적에 연연해야 하느냐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과거처럼 전국체전에서 몇 등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며 "최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에 대한 통합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도 큰 틀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