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의 미·일 밀월관계 과시에 이어 이번엔 중·러가 그랬다. 러시아 2차대전 전승(戰勝) 70주년 행사에 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8일 중·러 정상회담에 이어 9일 전승기념일에도 줄곧 밀착, 결속을 과시했고 인민일보는 ‘시주석이 러시아 축하행사에 가장 존귀한 손님(習近平俄羅斯慶典最尊貴的客人)’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막사과 홍장(莫斯科 紅場)’이라 부르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러시아 군사 퍼레이드는 어마어마했다. 그 규모를 중국 CCTV는 ‘역년지최(歷年之最)’라고 했다. 사상 최대라는 거다. 그 수만명 열병식에선 첨단무기인 T-14 전차,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루스’를 비롯해 100여 종의 무기를 과시했고 전투기편대 비행과 함께 더욱 이채로운 건 중국 3군 의장대까지 그 열병식에 참가한 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분쟁을 이유로 선진 7개국(G7) 등 대부분의 초청국 수뇌는 불참했다.

한편 영국 프랑스 등은 나치스 독일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한 날인 8일 전몰자 추도식을 가졌고 최초로 나치스 침공을 당했던 폴란드 항만도시 그단스크에서도 나치스 해방 기념식을 가졌지만 역사의 지독한 아이러니는 같은 날 워싱턴의 전승 70주년 행사였다. 40만 2차대전 전사 미군을 추도, 고귀한 인권과 자유수호 공로를 찬양한 오바마 대통령의 추도사가 어땠던 게 아니라 그 워싱턴광장 상공으로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을 투하했던 B29 동형기(同型機)를 비롯해 2차대전 전투기 등 다수 항공기가 기념비행을 했다는 거다. 그걸 일본인들이 봤다면, 그리고 패전의 참담한 비극을 안겼던 미국이 오늘의 찰떡 결속 국이 된 역사의 아이러니에 감회가 어땠을까?

‘러시아 국방부가 지중해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11~21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는 게 지난 6일 러시아 인타팍스통신 보도였지만 중·러 국방부 대변인이 양국 합동 군사훈련을 제도화하겠다고 선언한 건 작년 5월이었다. 미·일 결속 또한 중·러에 못지않고…. 소름끼치는 4강국 틈바구니에다 북한의 위협까지 멈추지 않는 아아, 대한민국을 우리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치 모리배들은 자각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