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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학선 지킴이·윤명옥 오후조장·이정윤 사무원·강미자·박태익 지킴이가 경청하는 가운데 서희숙(오른쪽) 오전조장이 휴식시간을 틈타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다. 서희숙 조장은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의 해피바이러스로 통한다. 2022.7.22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깔깔깔깔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 서희숙(63) 오전조장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동료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서희숙 조장의 별명은 '친화력의 여왕', 마을관리소 10명의 직원 중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동료들은 귀띔했다. 한 동료는 "서희숙 조장은 길을 걷다가도 '저분 외로운 것 같은데'라며 기분을 딱 알아채 말을 거는 사람"이라고 그의 붙임성을 묘사했다.

지난달 22일 저녁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 오후조 지킴이들의 활동을 취재하러 사무실을 찾았을 때 서희숙 조장은 자신의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우즈베키스탄 청년 세 명을 섭외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사이, 그나마 한 명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라고 그는 얼버무렸다.

 

공장 밀집한 대곶면, 외국인노동자 빠르게 증가
주민 간 마음의 벽 허물며 '해피바이러스' 전달
외국인·노인·상인… 먼저 인사 건네는 일 잦아져

공장이 밀집한 대곶면은 외국인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대화가 단절돼 있었다. 각국 언어가 적힌 간판이 속속 생겨나고, 들려오는 외국어의 종류는 갈수록 늘고 있었다. 외국인노동자도 엄연한 대곶 주민이건만 융화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업무를 개시한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는 주민 간 마음의 벽을 허물며 해피바이러스를 내뿜고 있다. 마을관리소 건물에서는 밤늦게까지 따뜻한 불빛과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지킴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전원주택단지에서나 볼법한 청결한 거리로 변모한다. 외국인도 노인도 상인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 오후조는 윤명옥(59) 조장과 유학선(65)·박태익(56)·강미자(53) 지킴이, 이정윤(52) 사무원이 속해 있다. 근무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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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는 관내 클린하우스 2곳과 분리수거대 5곳을 설치해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악천후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더기를 헤집어가며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 분리배출 개념이 없다시피 하던 대곶면 시가지에서 악취가 사라지고 있다. 2022.7.22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대기업에 30년간 재직한 이력이 있는 강미자 지킴이는 '꼼꼼함' 담당이다. 주민이 싱크홀 때문에 부상당했을 때 병원이송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원상복구 여부를 끝까지 챙기는 식이다.

의용소방대장 출신인 박태익 지킴이는 주택 개보수와 고장 난 가전제품 수리 등에 실력이 남다르다. 사용 불가능한 전기장판을 납땜까지 해 고쳐놓을 만큼 손재주가 뛰어나다. 가전 수리 실력은 맏형 유학선 지킴이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칼갈이 기술까지 갖췄다.

과거 10년 넘게 충전소에 근무하며 다양한 고객을 접해본 이정윤 사무원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어 행복마을관리소에 지원했다. 이정윤 사무원이 방화관리자 자격증과 LPG충전시설 안전관리자 자격증 보유사실을 밝히자 서희숙 오전조장은 "다 쓸모가 있는 거여"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윤명옥 조장은 "행복마을관리소에는 봉사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입사한다. 나도 부녀회장만 10년째 하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서희숙 오전조장이 할 말 있다는 듯 움찔하더니 "나도 의용소방대장 3년, 여성순찰대장 5년, 사회보장협의체 3년..."이라고 중얼거려 모두의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조 직원들은 미팅시간 훨씬 이전에 사무실에 들어선다. 서희숙 오전조장의 수다를 듣기 위해서다. 박태익 지킴이는 "서희숙 조장의 토크를 들으면 일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고, 이정윤 사무원은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는 '우리가 행복해야 마을이 행복하다'를 모토로 직원들끼리 단결력이 정말 좋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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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순찰을 마친 대곶면 행복마을관리소 오후조 직원들. 2022.7.22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행복마을관리소라는 명칭의 의미를
현장에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행복마을관리소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정확히는 '관심 사각지대' 주민들의 삶에 등불이 되고 있다. 노인들이 전화로 외로움을 호소하면 사비로 요구르트를 사 들고 가서 다만 10분이라도 말동무가 되어 준다. 혼자 사는 시각장애인의 집에도 괜히 한 번 더 들러본다. 세월의 고단함이 묻은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면, 지킴이들의 가슴 속엔 행복감이 차오른다.

윤명옥 조장은 "주민들이 점점 더 반겨주시는 게 느껴진다. 처음엔 우리를 무덤덤하게 대하다가 지금은 멀리서부터 다가와 안부를 물어주시기도 한다"며 "불편하신 건 없는지 집에 고칠 건 없는지 인사말처럼 여쭙곤 하는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를 고마워하신다"고 했다.

윤 조장은 그러면서 "행복마을관리소라는 명칭의 의미를 현장에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행복마을관리소는 일반주택가에서 아파트관리사무소와 같은 생활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추진되는 경기도 주관사업으로, 김포는 원도심인 김포본동과 도농복합지역인 월곶면·대곶면에 문을 열어 각 주민자치회가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도내 100여곳에 개설된 가운데 주민자치회가 운영을 맡는 방식은 김포시에서 최초로 시도했다.